깍지손 구미 쳐짐으로 인한 거궁 자세 변경
11 월 들어서면서 그 전까지 좋던 시수가 급격히 나빠졌다. 한참 헤맨 끝에 찾아낸 원인은 깍지팔 팔꿈치가 아래로 쳐져 내려간 것이었다. 쏘임 관련 기록을 찾아보니, 2월, 5월, 8월, 11월로 거의 3개월에 한번씩 팔꿈치 내려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다. 이쯤되면 이 문제는 단순히 깍짓손 구미만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쏘임이 무너진 참에 조금 더 큰 개선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거궁할 때 줌손 주먹을 이마 높이보다 조금 더 높게 들어올리고, 활체를 앞으로 기울인채 당기고 있는데, 이걸 고쳐보기로 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활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거궁했던 이유는 예전 당기다 깍지가 빠져 화살이 갑자기 날아가 담장을 넘긴 적이 있었다. 깍지가 빠지더라도 줌손 쪽이 높은채 당기고 있으면 적어도 과녁 뒤의 담장을 넘어갈 일은 없을 테니 앞으로 기울여 당기게 된 것이다. 팔을 높이 들었던 이유는 그래야 당기면서 견갑골이 있는 등쪽에 힘을 주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궁력이 약한 신사 때는 이 방법으로 당겨야 힘에 부치는 활을 다룰 수 있었다. 다만 들었다 내리면서 당기게 되면, 메달리듯 등근육을 쓰게 되기도 하는데 이때 깍짓손 구미가 아래로 처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조금 더 쉽게 당기고자 하는 습성이 잘못된 자세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걸 근원적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높이 거궁하지 말고, 아주 약간 그러니까 주먹 한개나 반개 정도의 높이만 들어올리고 줌팔을 먼저 고정한 다음 깍짓손을 들이는 것이다. 몇번 시도해 보니 호쾌한 맛은 사라졌지만 훨씬 안정적이다. 특히 내리면서 깍짓손 구미가 아래로 떨어짐 염려는 많이 줄어들 걸로 생각된다. 이번 겨울은 이 쏘임을 몸에 완전히 익히는 걸 목표로 습사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