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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와중에도 집중 유지하기

지난 주말 활터에서의 습사는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다. 주중에 무척 잘 맞길래 오 이제 컨디션이 돌아오나 싶었지만, 주말에는 어쩐 일인지 시수가 나오지 않았다. 활쏘기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마지막 습사는 영 찝찝한 기분으로 남고 말았는데, 옆 관에서 쏘는 접장들이 워낙 큰 소리에 떠들고 웃는 바람에 신경이 쓰였다. 산만한 가운데 활을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다고나 할까. 쏘고 나서 나의 쏘임에 대한 피드백이 떠올라야 되는데, 피드백은 둘째치고 과녁에 집중하는 것 조차 어려웠다. 예전에 문경새재정에 습사를 갔던 적이 있는데, 그 정은 바로 옆이 사격장이었다. 만작을 하여 조준을 하고 있노라면 탕 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 총소리에도 어느 정도 집중을 잃긴 했는데, 며칠전 겪었던 시끄러운 사대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소리의 크기로만 본다면 당연히 총소리가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 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탕 하는 총소리에도 일관되게 쏠 수 있었는데, 바로 옆의 왁자지껄 소리에 흔들렸다는 것은 소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내는 주체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집궁제원칙은 선찰지형 후관풍세로 시작한다. 지형과 바람은 살펴 적응할 대상이지 이겨낼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바람과 지형이 외부 요인이라면,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 또한 마찬가지로 적응할 대상이 될 뿐이다. 그 소음의 내용, 그 소음을 내는 주체에 대해서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활을 당기는 행위 이 외에 화살의 비행에 내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는 그것 하나에만 집중하면 된다. 바람이 불면 바람 쪽으로 표를 조금 옮겨 쏘면 되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눈에만 집중하여 쏘면 된다. 그렇게 해야 반구저기가 되는 걸 게다. 바람을 멈추게 할 방법은 나에게 없지만,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을 듯 하여 그 날 저녁 밴드에 습사무언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게시글을 하나 남겼다. 다음에 시끄러운 작대가 들어선다면 그땐 위에서 말한 걸 한번 연습해 ...

첫 입단 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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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실패로 끝난 첫 대회 후기를 남긴다. 개인전과는 다르게 9순이나 쏴서 그런지 별다른 긴장감 없이 출발했다. 돌이켜 보면 이 부분부터 이미 잘못됐었다. 1순1시 부터 최선을 다해 쐈어야 했다. 그렇게 초순을 망친 후 4순째 다시 맞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한발을 방심해서 살짝 넘어가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앞나고 뒤나는 거야 어차피 놓친 살이니 아쉬울게 없지만, 살짝 넘는 것은 줌손의 반바닥으로 조금 더 눌려주고 깍지손 구미를 뒷쪽으로 평행하게 당겨 주면 들어갈 수 있는 거라 후회가 됐다. 몸이 풀렸으니 5순 부터 괜찮겠지 싶었는데 2중 밖에 안나왔다. 평택정 1관에서 쏘는 게 거의 앞이 나고 잘 맞지 않았다. 아마 1관 앞 땅이 움푹 들어와 있는 형태였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다. 조금더 옆으로 돌려 선채 비정비팔을 했더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해서 1관 연습을 해보고 싶다. 6,7,8,9 네순에 12중을 해야하는 상황. 쉽진 않지만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6순에서 3발을 놓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느낌이 좋은 3관 4관에서 많이 맞춰야겠다 싶었으나 3중 이후 두 발을 놓치게 되었다. 3중 까지 너무 잘 맞았는데 곧이어 방심하니 화살이 바로 빠졌다. 4시가 빠지는 건 자만이라 했으니 맞는 말이다. 그렇게 8순째 내고 나서, 수고하셨다는 말을 듣고 내려왔다. 활을 당길 때 무념무상으로 과녁만 보고 당겨야 하는 데 그 순간 머리 속에 온갖 잡념이 떠올랐다. 이미 당긴 상태에서 잡념을 떨쳐내긴 어려웠다. 대부분의 잡념은 자기의심과 관련이 있었다. 지금 활을 제대로 당긴건가? 줌손이 돌아가 있는 건 아닐까? 깍지팔은 뒤로 쭉 당겨 졌을까? 다른 사람들이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나? 자기 의심은 확신을 뺏어가고 확신이 없으면 활을 쏠 수 없다. 궁사는 맞든 안맞든 자기 확신을 가지고 활을 보내야 하는 법이다. 대회날 나의 쏘임이 틀어져 있었던 건 사실이나,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