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국승단 4단 참가 후기

처음 도전해보는 전국 승단. 접수 부터 쉽지 않았다. 나는 한시간 정도 클릭하다 포기했는데, 아내가 클릭하는 순간 운 좋게 서버 접속이 되어서 접수 신청을 할 수 있었다. 12일 일요일에 출전하고 싶었으나, 당일 회사 행사가 있어 화요일 14일로 신청하였다.

회사 행사로 인한 피로가 풀리지 않을 꺼라 대회 당일 혼자 새벽에 이동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전날 혼자 내려가서 숙박했다. 경하온천호텔이라는 유성온천에 있는 오래된 호텔에서 1박했다. 오래되어 낡았지만 깨끗, 깔끔, 친절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소국밥을 억지로 한 그릇 먹어보려다 소화가 안 될 것 같아 포기하고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대회장 입구에 웬 하룻강아지 두마리가 철모르고 뛰어놀며 선수들을 반겨줬다. 상인들이 데려온 줄 알았는데 주인이 없었나 보다. 나중에 보니 동물 구조대가 와서 데려 갔다.

대회장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들어가서 바로 접수하고, 내 접수 번호가 74번쯤 됐으니 11대 쯤 되겠구나 생각하고, 활을 올려 둔 뒤 밖에서 몸을 풀며 스트레칭 하고 있었다. 잠시 뒤 심판 한 분이 정 밖에 나오셔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셨다. 놀라 달려 가보니 5대에 들어갔었는데, 호명에 대답을 안해서 7대로 빠져 마지막 기회 삼아 불러 주셨던 것이다. 호명에 3회 이상 대답 안 하면 자불 처리 되는데, 혼 좀 난 다음 자리 뽑기를 했다. 7번. 입승단 자리 뽑기는 늘 7번이 걸리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작대하고, 곧 시작했다. 긴장은 크게 되지 않았는데,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인지 몸에 힘이 그다지 없는 느낌이었다.

1순 1시 초시필중의 마음으로 왔는데 앞났다. 2시부터 정신차리고 쐈는데 가운데로 잘 들어가서 다행히 4중으로 마무리했다.

2순 시작. 1시 역시 앞이 난다. 요즘 습사할 땐 앞나기보다 뒤나는 살들이 많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4발은 가운데로 정말 잘 쏴져서 안심했다.

3순은 반드시 1시를 맞추고 몰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섰다. 1시 맞추고 2시 3시 맞췄는데 4시가 다시 앞이 났다. 줌팔에 문제가 있는 듯해서 줌팔에 힘을 더 주고 5시를 발시 하였는데 좀 많이 당긴 모양이다. 그대로 넘어가고, 3중으로 마무리. 3순은 합시 11 중이다. 마음 놓지 못할 시수다.

그 다음은 두시간 정도를 대기했다. 혼자 왔다 보니 점심 먹으러 이동 했을 때 이름이 불릴까봐 어디 가지 못하고 사온 간식거리들로 끼니를 대충 때웠다. 다행히 아내가 이것 저것 많이 챙겨줘서 허기는 면할 수 있었다. 게임기를 가져왔는데 그거 하고 있을 정신도 에너지도 없었다.

4순째. 초시를 잘 당겼다고 생각했는데 짧게 코박고 말았다. 깍지를 채듯이 빼보자는 생각으로 2시는 맞췄는데 3시가 다시 앞이 나고 만다. 오늘은 줌팔에 영 힘이 안 들어가는 날인 듯하다. 줌손을 단단히 틀어쥐고 팔에 힘을 줘서 다음 순을 내보기로 한다.

5순. 줌팔이 견고해지니 빠질듯한 살도 들어간다. 운좋게 몰았다. 이 기세 이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6순도 자신감 있게 시작했는데 2시가 넘고 말았다. 자신감이 과하더라도 넘치지 않아야 된다. 이제 3순 남았고 7발만 더 맞히면 된다. 8순 이후는 긴장감이 높아질테니 다음 7순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7순. 다시 한 번 몰아보자는 마음으로 쐈다. 하지만 역시 한 발이 앞 난다. 오늘은 줌팔이 내내 문제다. 관중한 것들도 불안하게 당겨진 살들이 있었다. 이제 남은 건 2순에 3중. 설마 3중 못하랴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역시 활은 방심하는 순간 바로 무너진다.

이번 순에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사대에 선 8순. 1시가 앞난다. 그럴 수 있지하며 쏜 2시는 관중. 나머지는 짧고 앞나고, 1중으로 마무리. 결국 9순까지 넘어갔다. 2발만 맞추면 되지만 8순처럼 쏘면 오늘 승단은 물 건너 가게 된다.

들어가기 전에 정신 차리려고 뺨을 살짝 때리고 들어갔다. 집중력을 끌어올려 쏜 9순 1시 관중. 옆에 계신 분들이 승단 성공이든 시부족이든 우후죽순 처럼 나가신다. 2시는 또 앞난다. 그리고 3시를 맞추며 승단에 성공했다.

처음 나가보는 전국 승단 대회, 활터 다른 접장님들과 같이 가면 좋았을텐데, 많이들 가셨던 일요일은 회사 행사로 갈 수 없었고, 따로 혼자 참가해야 했다. 일요일 행사의 피로가 쌓여있고, 날씨도 여전히 쌀쌀한 등 이래저래 이중고가 있었는데 운좋게 4단 승단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국 승단 대회의 좋은 점도 있었다. 각 정의 고단수들이 나와서 치르다보니 잘 쏘는 분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웠다. 다들 베테랑들이셔서 사대 분위기도 집중할 수 있도록 잘 배려되어 좋았다. 몸이 힘들긴했지만, 결과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다음 승단은 각궁을 배워서 가야 하니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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