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에서의 복장 논란. 후드티가 안된다고?

활터에서 옷을 어떻게 입어야 되는가? 첫 문장만 써도 벌써 지긋지긋한 감이 올라온다. 이런 거 상관없이 활내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속상했던 일을 하나 적어 기록해 두려고 한다.


위와 같은 공지 사항이 정 게시판에 공고 되었다. 월례회의때 해당 내용을 다시 한번 공지한다고 하니, 그때 손을 들고 최대한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백번양보해서 다른 복장 조건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후드티가 활터에서 입어선 안되는 복장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일단 활터의 사정예법 부터 살펴보자. 활터의 사정예법에는 복장과 관련된 언급이 있는데, 황학정의 것이 사실상 표준인 듯 하여, 이 부분에서 관련 언급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射臺(사대)에는 반바지나 러닝셔츠 차림으로 나와서는 안되며 여자의 경우 무릎위까지 노출되는 복장을 해서는 안된다.

射臺(사대)에는 맨발이나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는 안되며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차림을 해서도 안된다. 

출처: https://hwanghakjeong.org/%ec%9e%90%eb%a3%8c%ec%8b%a4/%ea%b5%ad%ea%b6%81%ec%a7%80%ec%8b%9d/?mod=document&uid=682


위 조항의 세부적인 사항을 따지려면 논의가 너무 길어지니 일단 이대로를 받아들인다 치자. 한 여름을 제외하면 활쏘기 하는데 긴바지를 입는 것이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이상 기후가 지속 된다면 한 여름에는 반바지 예외를 해야 하지 않나 싶지만 이건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니 넘어가자.

복장 규정의 핵심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정도가 기준이며, 정강이가 드러나는 옷차림은 남녀 모두 금지이고, 상의의 경우 상완이 드러나지 않으면 문제 없다. 정에 따라 위 조항에 추리닝 금지 정도가 추가되는 경우는 있다. 검색을 해보니 안양정의 사정예절에는 적절치 않은 차림에 추리닝이 추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양정 사정예절 출처: https://m.blog.naver.com/tvanyanggokr/221747820528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다니는 활터 용인 용무정에도 복장에 대한 이슈가 있었어서 관련 규정을 다시 공지하려 하는데, 여기에는 특이하게도 후드티가 안된다고 적혀있다. 후드티가 상호간에 불쾌감을 유발하는 복장이라는 의견은 금시초문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 집궁한지 3년이 되어 가는 동안 후드티를 입으면 안된다는 의견은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나 추운 겨울철에는 후드티가 보온효과가 좋아 자주 입게 되는데 이렇게 금지 복장이 되면 뭘 입고 겨울을 보내라는 것일까.

후드티 입고 습사중.

후드티가 비지니스용 복장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과거에 있었으나, 이마저도 IT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포멀한 자리가 아니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게 상식이 되었다. 메타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의 공식 발표장에서도 후드티를 착용하고 있으며,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엘론 머스크와 만날때도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지금 국궁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활터의 문화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활쏘기에 관심이 있어도 국궁계에서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대와 맞지 않는 것을 하나씩 없애고 고쳐나가도 시원찮은 판에 근거 없는 복장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궁도 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으로 보여 실망감이 적지 않다.

비록 우리 활터에서만 문제된 경우겠지만, 이런 일들이 쌓여 느껴지는 피로감이란 적지 않고, 그것은 금새 활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래서 협회장, 사두를 뽑을 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공약을 먼저 들어봐야 되는 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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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복장 관련 위 안건은 사원 간에는 논의하지 않고 만약 복장이 부적절하다 느껴지면, 사범 또는 부사범등의 교육 지도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해서 교육지도자가 관련 판단을 내려 시정 권고를 하는 식으로 하자고 정해졌다. 복장에 대해서도 명문화된 형태보다는 불쾌감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정성적 평가가 적절하므로 사범 및 부사범에게 일임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괜히 올린 안건으로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이젠 활터에서 마음이 좀 떴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다. 

댓글

  1. 불쾌감의 기준은 아주 개인적인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요즘시대에 타인의 복장에 불쾌감을 가지는것이 비정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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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맞습니다. 불쾌감을 느끼더라도 아주 조심해서 예의 있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 당시 저희 정에 이것과 관련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사원간에 직접 이와 관련된 얘기를 전하지 말고, 반드시 사범 및 부사범등을 통해서 조심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론으로 맺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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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슬리퍼 금지도 사실 풀밭에 박혀서 숨은 오늬가 발에 부상을 줄 수 있어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후드티의 경우 후드 부분 조정하는 줄이 시위와 같이 튕겨지면서 얼굴에 빨간 줄을 긋곤 합니다. 그것도 칼라 안으로 말아넣고 하면 문제 될게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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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경우도 있겠네요. 요즘 날씨보면 7,8 월 한정으로 반바지 착용허용해줘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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