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경기도체육대회 2025 가평 궁도 종목 참가 후기

작년 1년간 습사의 목표는 용인시 시대표 선발전에 뽑히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부침을 겪었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해 2024년 10월 말에 있었던 시대표 선발전에 통과하여 개량궁 선수로 도민체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때의 시수가 나쁘지 않았기에 이 컨디션 유지만 할 수 있도록 겨울 훈련을 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꺼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봄이 되자 생각보다 문제가 많이 생겼고 시수도 잔뜩 떨어졌다. 겨울 훈련 방식이 잘못되었거나, 멘탈 상태가 좋지 않거나 어쩌면 둘 다 문제인지도 몰랐다. 내 상태가 이렇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거의 4월달이 다 되어서였는데, 5월 중순에 있을 대회를 앞 두고 쏘임을 바꾸거나 고치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최대한 현행 유지를 하면서 시수를 고쳐 보려 노력했다.

그러가 그 하자 고치는 작업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고, 자신감은 나날이 떨어져 마지막 단체전에서 벌벌 떨며 쏘는 수준까지 되었다. 어쨌든 그런 상태로 결전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날 밤 금요일 저녁 가평에 잡아둔 숙소로 이동하여 1박을 하였다. 대회장에서 가까운 곳에 좋은 숙소를 시협회에서 잡아 주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1번 선수들이 대회장으로 이동하였다 나는 6번이었다. 도민체전 방식의 대회는 처음 출전해 보는 지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각 지역에 1번 선수들이 모두 나와 순서대로 한 순을 내고, 그 다음은 2번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서 한 순을 낸다. 이를 7번 선수까지 반복한다. 그리고 토요일 하루 동안 이걸 세 번 하고 일요일은 두 번 반복하여 총 시수 합계를 통하여 점수를 매긴다.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형식의 대회를 치를 때 노하우가 전혀 없었다. 

곧 6번 선수 출전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 대기석으로 나갔다. 5월 중순인데도 흐린 날씨에 비까지 와서 너무 추웠다. 겨울용으로 흰색 진을 입고 있었는데, 색상이 형광 흰색이 아니라 약간 누런 빛이 돈다고 심판에게 한 소리 들었다. 흰색에 종류가 있는건가? 점점 지나치게 형광빛을 띄어가고 있는데 궁도복의 흰색 타령은 하루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라고 다시 한번 생각이 들었다. 그자리에서는 심판에게 다음에는 시정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출전. 1시를 쏘는데 자신감이 너무 없었다. 부들부들 당기며 겨우 2발을 맞춘다. 조금 마음이 놓인 탓일까 깍지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발시를 해버려 한발이 뒤가 난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2발을 더 맞춘다. 4중. 놓친 한발이 아쉽지만 충분히 만회할 만하다.

대기후 다시 2순째 출전. 숙소에서 쉬다오니 마음이 조금 더 차분해졌다. 활을 당겨 쏴본다. 느낌이 좋다. 4발을 맞춘다. 하지만 마지막 4시째 뭔가 손에 불안이 생기며 진땀이 났다. 5시는 확실히 쏘기 위해 힘을 잔뜩 주고 쏴본다.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넘어 버리며 다시 4중으로 마무리.

다시 대기후 오늘의 마지막 순. 4중 이상만 하자 싶었다. 그런데 초시가 앞 나 버리고 만다. 몸 상태가 아까와 뭔가 다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 3시 억지로 다시 맞춰본다. 4시 다시 앞 나버리고 말았다. 5시를 다시 맞추면 3중으로 마무리.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뭔가 몸이 이상했다. 낯선 느낌이 들었다.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팀원들과 늦은 식사를 하고, 밤늦게 카페에 가서 한담을 나누고 숙소에 와서 바로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밥은 대충 먹더라도 근처 정으로 이동해서 마지막에 남은 찝찝함을 잡아주고 돌아왔었어야 했다. 춘천 호반정이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1순. 전날까지 신경을 너무 쓴 탓인지 집중이 잘 안된다. 첫 발이 넘는다. 2시는 다시 관중 한다. 이상하게 줌손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으 오지 않는다. 나머지 3발은 모두 앞 나며 1중으로 마무리 했다. 충격과 낙심이 너무 컸다. 말도 나오지 않아 한 순 끝낸 후 차에 가서 멍하니 누워 있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 맞추진 못하더라도 내 쏘임은 다 하고 내려왔어야 되는데 내가 뭘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충격이 가실 즘에 2순 시작했다. 첫발이 뒤난다. 좌우 조준을 잘해서 다시 쏴본다. 가운데로 잘 가는 듯 했으나 힘이 없다. 짧게 떨어진다. 다시 한번 더 도전 관중한다. 이번에도 같은 표로 쏴본다. 넘어버린다. 막시를 어떻게든 맞춰본다. 2중으로 마무리. 충격 그 자체였다.

합시 14중. 20중이 목표였는데 처참한 성적이었다. 어제 저녁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게 너무 한스러웠다. 그리고 컨디션 관리를 위해 개인 주살이라도 챙겨 왔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대회가 다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성적이 이리도 처참했음에도 다른 분들이 워낙 잘 쏴주셔서 단체전 종목에서는 용인시가 1위를 했다. 그러나 종합 우승을 하려면 승점이 더 필요했고, 그러자면 개인전 등참자가 있어야 했다. 팀장을 보던 명궁이 2위 자리를 놓고 비교사를 했고, 안타깝게도 1발 차이로 지면서 3위에 등참했다. 1위와 1점차이가 모자랐던 우리는 그렇게 종합 2위 단체전 1위 개인전 3위 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대회를 다닐 때마다 충격을 받아오지만 이번 대회는 정말 크게 정신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저녁 뒷풀이 자리에서 명궁님들이 달래주려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듣고보니 내가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반성이 되었다. 당분간의 습사 방향을 다시 설정해서 다음 시대표 선발전에 뽑히고, 도민체전 성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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