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깍지 우리 고유의 발명품?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서 시위를 당기는 몽골리안 사법은 몽골의 영향을 받아 한국, 중국, 러시아, 페르시아, 터키 등으로 확산되었다고 위키 피디아에 나온다.
The thumb draw uses only the thumb, the strongest single digit, to grasp the string. The index and/or middle fingers close over the outside of the thumb to reinforce the grip. This is often called the "Mongolian draw/release", but it is traditional for all ethnicities across the Asian steppes, extending to Korea, China, Russia, Persia and Turkey.

몽골리안 사법을 쓰면 엄지손가락 하나로 활의 힘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깍지라는 액세서리를 사용해야 한다. 활을 배우면 소개 받겠지만, 깍지의 종류에는 암깍지와 숫까지 2종류가 있다. 나는 숫깍지를 사용한다.

어느날 숫깍지를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숫깍지는 근현대에 들어와 만들어진 발명품일까? 검색을 해보니 적어도 임진왜란때 숫깍지가 존재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16세기 경에는 숫깍지가 존재했다. 궁금증은 여기서 더 커졌다. 숫깍지가 외부로 부터 유입되어 온 건지 우리나라 고유의 발명품인지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해외의 활 관련자료를 볼때 대부분 암깍지만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해외에서 숫깍지 사용한 사례를 보시면 이 글에 댓글을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위키피디아가 진실은 아닐 수 있겠지만, 관련 페이지 를 보면 숫깍지를 Korean thumb ring, male type 이라고 적어놨다. 다른 곳에서는 흔히 발견된 형태가 아니고,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형태라서 저렇게 부르는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또는 숫깍지가 원래 있었으나 타지역에서는 계승되지 않고 도태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았다. 국궁신문에 실린 글을 보면 
■ 효종/효종 7년(1656년 順治(淸/世祖)13년/효종 7년 8월/효종 7년 8월 24일
승정원일기 141책 (탈초본 7책) 효종 7년 8월 24일 기해 4/15 기사
1656년 順治(淸/世祖) 13년
無舌角指를 사용하라고 擧子들에게 분부했더니 원래 有舌角指를 가지고 習射해왔다고 호소하고 있으므로 어떻게 처리할지를 묻는 武科殿試命官의 계
  ►무설각지(無舌角指):암깍지, 유설각지(有舌角指): 수깍지
라는 말이 나온다. 즉 조선에서 숫깍지를 많이 쓰고 있었는데, 중국과 유사한 암깍지를 도입하라 명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숫깍지의 역사가 암깍지 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조선땅에서는 그러했던 것 같다.

왜 다른 나라에서는 숫깍지 형태를 지금 쓰고 있지 않는 걸까? 혹시 숫깍지라는 건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 어떤 형태로든 몽골리안 사법이 우리나라에 전수된 후, 조상님들이 발명해 놓은 게 아닐까 하는 가정을 가져본다. 아직 충분한 자료를 찾아본 게 아니라서 가정에 대한 확신을 하기에는 불안하다. 조금 더 자료를 찾게 되면 이 글을 계속 보강토록 하겠다.

추가.
적어도 영문에선 숫깍지를 표현하는 단어가 없다. Sugakji 또는 Korean traditional thumbring male type 정도다. 영미권의 활들이 지중해사법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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