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활의 기울기는 어느 정도 일까?

활을 거의 세워서 쏘는 편이었다. 양수(陽手) 라고도 한다. 어쩌다 그 정도 세워서 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쏘다 보니 그러고 있었다. 활쏘기와 관련된 습관들 중엔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 왜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내 몸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것들 말이다.

활을 세워 쏘게 되면 자세가 양궁의 그것과 비슷해지게 된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세워서 쏘기에 가장 편한 자세가 옆으로 서고, 눈을 돌려 측면으로 바로 보며 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줌팔의 어깨 즉 죽머리가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자세의 단점을 잘 몰랐으나, 지금은 몇가지 느낀바가 있어 기록을 남겨 두려 한다. 그러나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자세한 검증은 없고 그냥 추정해 본 것들이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러려니하고 참고 정도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살이 자주 넘는다. 나의 경우 표를 내려도 살이 과녁을 넘는 일이 잦았다. 평찌로 날아가야 될 것 같은 살이 조금만 방심하면 아랫장이 들려 과녁을 넘었다. 표를 내리면 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과녁 앞 땅을 보고 쏘는 건 어색했다.

줌팔 팔꿈치에 작은 통증이 생겼다. 이 부분은 양수로 쏜 것과 관련이 있는지 확실치는 않다. 활쏘기란 활의 반동을 사수의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그 충격을 몸이 흡수하려면 충격파가 지나가는 뼈마디에 유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양궁처럼 세워 쏘다 보면 이 유격들이 존재하기 어려워 통증이 생긴 게 아닌가 한다.

활을 민다는 느낌이 잘 안든다. 죽머리가 이미 다 들어와 버렸기 때문에 활을 더 이상 밀 수가 없다. 전추태산 이라는 말을 개념상 알고 있을 뿐 몸으로 체득하긴 어려웠다. 이유는 위와 동일하다. 죽머리가 다 들어와 더이상 밀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시위를 걸고 버티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활을 조금 눕혀 보기로 했다. 임원경제지 유예지에서는 초승달 모양 처럼 기울이라고 하였고,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초승달은 아래 사진 정도의 느낌이다. 

출처 링크

저 정도의 각도로 기울인다고 했을때 사람 마다 기울임의 정도는 다르리라 본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기울기가 나에게 적당한 걸까? 일단 나에게 있어 활을 눕혀 해결하고자 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 거궁 후 활을 당길 때 안경을 치지 않았으면 한다.
  • 만작시 죽머리를 감췄으면 좋겠고, 이것이 너무 안쪽으로 들어오지 말았으면 한다.
  • 깍지손 위치는 그대로 동일했으면 좋겠다.
  • 만작시 활을 밀어내는 느낌이 들 정도의 유격이 관절에 있었으면 한다.
이 정도 목표를 가지고 자세 교정을 실시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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