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손 흘려잡기

집궁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활을 내면서 줌손이 무척 신경 쓰였다. 뭘 어떻게 해도 불편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그 짧은 기간동안 줌손을 바꿔댄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막줌에서 시작해서 흘려잡지 못한 흘려잡기로

활터에 도착하여 처음 배운 건 흔히 말하는 막줌이었다. 그냥 단단히 쥐는 것이었다. 이때는 빈활내기를 하며 궁력을 기르던 때라 줌손이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줌손 쥐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도 모를 때 였다.

그리고 주살질을 하며 화살을 발시해 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활쏘기가 재밌어 졌다. 출근 전 활터에 들러 매일 주살질을 했다. 그러다 흘려잡기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얻어 듣게 된다. 흘려잡기 라는게 정확히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 진 모르겠지만 일단 좋아 보이니까 습득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설프게 쥔 흘려잡기 줌손으로 주살질을 열심히 했다.

손목이 아프다

얼마후 활을 당길 때 줌손 손목에 작은 통증이 생겼다. 금새 없어 지려나 했지만, 매일 활을 당겨서 그런지 통증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집궁례를 하고 사대에 서게 되었다. 통증을 무시하고 활을 내었다. 줌손으로 강하게 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힘을 주고 짜서 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통증은 더 심해 졌다.

거궁 후 만작시 통증 때문에 자세가 꼬였다. 통증의 원인은 발시할 때 활체의 충격을 손목부터해서 흡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흘려잡기 자세 때문에 팔목쪽에 충격이 쌓여 생긴 것이었다. 팔목을 굽히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다시 원래의 막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흘려잡아 볼까? 조금만

막줌에 다시 적응하려던 때, 코로나로 인해 활터가 폐쇄되었고 2주 정도 휴식 기간을 가졌다. 팔목통증은 순식간에 나았다. 자세의 문제도 문제지만, 휴식을 통해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줬어야 했었다. 어쨋든 나는 막줌으로 다시 계속 쏘고 있었다.

막줌 또한 잘 쥐면 아무 문제 없으나, 내가 쥐던 막줌의 단점은 반바닥으로 밀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줌통을 하삼지로 짜면서 쏘면 화살이 맹렬히 날아갔는데 그 느낌을 재현하기가 어려웠었다. 반바닥 미는 것과 하삼지로 짜는 것은 같이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시 조금 흘려잡기로 했다. 그러나 과거 손목 통증이 떠올라 겁이 나서 하삼지의 각도는 그대로 유지하고, 줌손의 검지만 빼는 방식으로 잡고 쐈다.

다시 흘려 잡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며 살이 맞기도 하고 안맞기도 했었는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만작시 궁력이 무척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줌팔의 움직임이 심했다.

이리 저리 바꿔보다 원인을 찾았다. 반바닥으로 밀기 위해 팔의 윗뼈에 힘을 가했는데, 그 힘을 억지로 주느라 그랬던 것이다.

조금 더 흘려잡아 봤다. 맨 처음 흘려잡는 것과 비슷한 각도 였다. 대신 이번엔 활을 당길 때 엄지를 지긋이 밀어넣어 하삼지를 슬쩍 눌러 주는 식으로 하였다. 그렇게 했더니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아도 반바닥에 잘 밀어졌고 하삼지를 또한 억지 힘을 주지 않아도 단단히 잡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결국 돌고 돌아 처음 배웠던 곳에 도착했다. 위의 사진들은 그때 잡았던 줌을 재현한 사진들이다. 처음 잡았던 것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활을 단단히 잡을 수 있어 안정적이고 무리하게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더 쏴봐야 알겠지만 부상위험도 적지 않을까 생각된다.

배움이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지만 그 전보다 조금 나아진 상태로 도착하는 것이다. 나선형처럼 말이다. 활은 끝없이 배워가며 익혀야 된다는 점이 좋다. 십년을 익혀도 아직 배울 게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겸손해 지게 된다.

댓글

  1.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흘러잡기 적응중데 손목이 아프네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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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 쓰고 나서 2년이 지났지만, 줌손이 여전히 어색하답니다. 손목 통증이 있으시면 활 쏘는 건 잠시 줄여보시고, 줌팔의 근력을 키우는 걸 병행해 보시면 좋습니다. 저는 그렇게 해서 중구미에 있던 활병을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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