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추석 연휴 타정 습사 일지

명절 날 꽉 막히는 하행길은 언제 가도 힘든 길이다. 활을 배우고 나서는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였는데, 중간에 힘들면 가까운 활터를 들러 몇 순 내고 쉬다 가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그렇게 방문한 타정습사 후기를 적어본다.

용인에서 대구를 가는 길 중간에 소백산맥 한 자락인 속리산이 있기 때문에 속리산의 윗쪽을 가면 문경, 상주, 구미를 지나게 되고, 아랫쪽으로 지나게 되면, 청주, 대전, 김천을 지나게 된다. 먼저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확인해보고 경로상에 맞는 중간 활터를 들르기로 했다. 그 결과 방문하게 된 문경새재정. 2년 전 추석에 방문해보고 오랜만에 재 방문이다.

문경새재정은 산 속 고요한 곳에 있지만, 하필 바로 옆에 사격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총소리를 들으며 활을 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시끄러운 총소리 조차 정신 집중을 위한 훈련이라 생각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착해보니 2년전엔 없었던 휴게 공간이 새로 생겼다.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휴게공간 덕분에 한여름 같았던 더위도 버틸만 했다.


정 건물의 1층은 주차장 등으로 쓰고 있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면 사대가 있다. 사대에서 산 골짜기 쪽을 바라보면 무겁과 과녁이 있고, 양 옆으로 산이 막아주고 있어 바람은 거의 없다. 과녁은 3개가 있으며 연전은 2순을 내고 나서 계단을 통해 정을 내려가서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정 근처에는 편의점 등이 없으니, 음료등은 미리 구매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야사할 수 있는 시설은 있으나, 실제로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진 않은 걸로 보였다. 해가 떠 있을 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 4순을 내고 다른 분들 퇴정에 방해되지 않도록 우리도 남은 하행길을 떠났다. 

본가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경주 1박 여행을 떠났다. 불국사, 석굴암 등을 보고 다음날 들른 곳은 경주 호림정. 과녁이 6개나 되는 큰 활터이다. 도착하여 관리자분께 이용 금액 결제를 하고, 문무대라고 적힌 1,2,3 관에서 활을 내었다. 6개 과녁을 2개로 나뉘어 사실상 2개의 활터가 운영되는 것 처럼 보였다. 한쪽은 앞서 말한 듯이 이름이 문무대였고, 다른쪽은 흥무대 였다. 속사정은 모르겠으나, 양쪽을 이용하는 무리가 서로 교류하는 사이는 아닌 듯 했다.

날이 더워 그런지 가지고 온 화살을 모두 쏘고 나면 연전을 했는데, 우리가 가지고 온 화살이 3순이었기에 거기에 맞춰 살을 치웠다. 문무대와 흥무대 연전을 따로 했기에 조금 살 떨리는 광경도 있었다. 3관에서 살을 내고 있는데, 가운데 길로 흥무대 살을 치우러 가는 모습이나, 3관에서 살을 줍고 있을 때 4관에서 발시를 하는 건 조금 무서웠다. 그래서 3관은 쓰지 않고, 1관과 2관만 사용하였다. 이렇게 운용을 하려면 사대오름 시기는 사범이 엄격하게 관리를 해야 될 듯 한데,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보진 못했다.



건물 구조가 특이했는데 6관의 사대가 앞에 쭉 늘어서 있고 뒤 쪽에는 휴게공간 및 사무실로 쓰는 건물이 있고, 그 옆에 새로 지은 옛 사정 이 있었다. 옛 사정 건물에는 현판으로 사원들의 이름등이 새겨져 있었다. 궁방도 있었으나 실제로 사용하는 건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6순을 내고 여행을 마치며 명절을 보내기 위해 본가로 돌아왔다.

추석 당일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누나네가 올 때까지 잠시 생긴 시간을 이용하여 습사하러 출동. 원래 10분 정도 거리인 대구 팔공정을 이용하였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시설관리공단에서 대구궁도협회에 위탁운영 중인데, 비용등의 문제로 주말과 공휴일 운영을 안 하고 있다. 말이 안되는 조치라 생각하고 하루 빨리 시정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조금 더 거리가 있는 경산 삼성현정에 방문하였다. 오후에 방문해서 쏘기 시작하였는데,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수록 사대 쪽으로 강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강이만 뜨겁더니 곧 이어 하반신, 그 다음 배꼽을 넘어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턱 밑까지 뜨거워질거라는 접장님의 말씀 ㅋ. 다들 명절날이라 정에 오신 분들이 얼마 안 계셔서 한산하게 습사를 하였고, 5순 정도 내고 퇴정하였다. 언제와도 반겨주시는 분들이셔서 즐겁게 활을 냈고, 올해 삼성현정 전국대회는 다른 분들과 일정을 맞추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꼭 출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추석 당일 상경하였는데, 하행길에 분산됐던 통행량이 상행길에는 단 하루에 집중되어 상당한 정체가 있었다. 5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하였고 피곤함에 씻자마자 바로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좀 쉬면서 보내려 했으나, 명궁님이 이웃정인 수양정에 습사하러 가자고 하셔서 아침부터 출동했다. 수양정에 오면 집중력이 좋아지는 지 활이 제법 잘 맞았다. 점심 먹고 7순 정도 내고 퇴정했다.



긴 추석 연휴동안 즐겁게 타정 습사를 다녀보았다. 17/20, 22/30, 21/25, 29/35 정도의 시수가 나왔으니 나쁘지 않았다. 다만 초순에 몇 발 빠지는 건 집중력의 문제인 듯 했다. 당분간 초시필중을 목표로 습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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