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산자인단오기념 전국궁도대회 참가 후기
2025년 5월 31일, 경산 삼성현정에서 열린 궁도대회에 참가했다. 2년 전부터 경산에 본가가 있는 접장님이 같이 출전하자고 권유했던 경기였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정이 맞지 않아 계속 불발되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마침 대회가 끝나고 하루 뒤 대통령 선거가 있어, 월요일에 연차를 사용하여 고향을 방문했다.
첫째 날인 토요일은 단체전 시합이 있었다. 아침 9시경 식당에서 다 같이 국밥을 먹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평소 삼성현정에서 활을 낼 때도 정 내부가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대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대기실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었고, 대회 진행 또한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웠다. 무엇보다 개회식에 더운 햇볕 아래 선수들을 세워 두지 않고, 대기실에서 편안히 앉은 채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점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쏘는 방식을 바꾸고 처음 참가하는 대회였기에, 성적보다는 대회 긴장감에 적응하기 위해 출전 횟수를 늘리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다. 특히 최근 대회에서 과도하게 긴장하는 문제를 고치려면 대회를 자주 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접수를 했다. 2관 19대에 쏘게되었다.충분히 쉬었다가 드디어 출전했다. 단체전은 다른 팀원들 때문에라도 개인전에 비해 잘 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커진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감 때문에 개인전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1순 1시 첫 발시. 관중했다. 2시는 약간 뒤로 쏠리는 듯했으나 관중. 3시는 뭔가 잘못된 듯했지만 운 좋게 관중했다. 나머지 4, 5시도 모두 맞히며 다행히 5중을 기록했다.
각궁 컨디션을 걱정했던 접장님도 1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맞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머지 개량궁 선수들이 실수를 만회하지 못해, 우리는 한 발 차이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언제나 지고 나면 지나간 한 발에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이대로 해산하기엔 아쉬움이 커서 일단 근처 식당을 찾아 밥을 먹었다. 두부 샤브샤브였는데, 기다린 만큼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식사 후 다 같이 경산 장산정으로 습사를 갔다.
대한궁도협회에 기재된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찾아갔는데 엉뚱한 길로 안내되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구글 맵을 보고 출입구가 있을 만한 곳으로 진입했으나, 활터 건물은 보이지만 길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대조리 815-1 쪽 주소를 찍고 가니 비로소 장산정 팻말이 나타났다.
장산정은 강가에 컨테이너로 만든 활터였는데, 바깥 그늘에 앉아 쉬고 있으면 강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기분 좋은 바람 덕분에 단체전 탈락의 슬픔은 씻겨나가고, 각자 활을 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몇 순 활을 내고 경치 좋은 곳에서 커피도 한잔하며, 배부른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 멀리까지 와서 지인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고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낀 여유 속에서 이것이 단체전에 다니는 재미 중 하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은 개인전이었다. 오전 6시쯤 정에 도착하여 활을 내니, 15대로 아내와 같이 들어갔다. 한 시간 정도 쉬면서 대기한 후 출전했다.
초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잘 쏘고 있었는데, 4시 활을 낼 때 줌손에 힘이 좀 빠진 모양인지 한 발이 짧았다. 아쉽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다음 재순. 1시가 앞을 벗어났다. 2시는 맞혔다. 3시는 뒤를 벗어났다. '아, 3중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활을 다 쏘기 전에는 몇 중인지 알 수 없으니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4시는 맞혔으나 5시가 다시 앞으로 벗어났다. 결국 2중이었다.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잡생각에 사로잡힌 한 순이었다.
잠시 쉬는 동안 화가 나서 예민해졌다. 옆에 아내가 안절부절못할 정도로 말이다. 반성하고 실수를 고쳐야 하는데 재순의 실패 원인으로 남을 탓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내가 화살이 떨어지는 것을 잘 보지 못해서, 그것을 봐주느라 집중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남을 봐주면서 활을 낼 실력이 안 되는데도 말이다. 요령을 부려서 아내와 순번을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남 탓, 주변 환경 탓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통제가 안되는 나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3순째, 화가 나면 집중이 잘 되어서 그런지 다시 5중을 기록했다. 총 11중으로 마무리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쁘지 않게 잘했는데 그 당시에는 뭐가 그리 분했는지 모르겠다.
활쏘기를 통해 마음 수련도 얻고자 한다면 활이 맞지 않을 때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또한 사대에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공부해 보아야겠다. 활을 잡은 후 첫 전국대회 개인전은 양구 양록정에서였고, 1년 뒤 시흥 중앙정에서 참가한 것이 두 번째였다. 이번이 세 번째 출전한 전국대회 개인전이다. 올해는 개인전 출전 횟수를 늘리는 것이 활을 쏘는 목표이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조급해하지 말고 그 과정이 모두 수행이라 생각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
단체전 후 습사 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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