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여주시장배 전국 남녀 궁도대회 참가 후기

2025년 6월 14일부터 15일까지 여주 오갑정에서 개최된 전국대회에 참가하였다. 처음에는 개인전만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단체전 참가 권유를 받아 두 종목 모두 신청하였다. 개인전에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했으나, 단체전에 출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체전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정(활터)을 대표하여 나서는 자리였다.

토요일 개인전 출전을 위해 오전 6시경 오갑정에 도착하여 접수하였다. 20대로 접수되었다. 개인전을 몇 번 치러보니 12대에서 24대가 나에게는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쉬면서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침에 대회장으로 가는 길에 먹을거리를 미리 샀어야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영업을 시작한 편의점이 없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구매할 수 없었다. 결국 대회장에서 파는 삶은 계란 2개로 허기를 채우고 출전하였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 자세를 고치던 중, 최근 활 각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활 각도를 고정하기 위한 요령을 과녁표에 적용했는데, 이것을 대회에서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초순 1시와 2시는 잘 맞았다. 3시는 잠시 집중을 잃고 방심하여 쏘았는지 뒤(과녁 뒤)로 넘어갔다. 4시는 정밀하게 과녁을 보고 쏘았으나 짧게 과녁 아래로 박혔다. 5시를 맞추며 3중을 기록했다. 비록 2발을 놓쳤지만, 표를 잡는 데 목적이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다만 방심하고 쏜 3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순에서는 몰아보리라 다짐했다. 잘 나가는가 싶더니 4시를 쏠 때 '요새 통 몰아본 적이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활을 당겼다. 방심한 것이다. 결국 앞(과녁 앞)으로 넘어갔고, 4중을 기록했다.

삼순에서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보았다. 1시를 호쾌하게 쏘았다고 생각했으나 조금 높이 날아갔다. 넘어가는 화살을 잡기 위해서는 윗장을 살짝 눌러주면서 쏘아야 한다. 잘 조절하며 남은 화살을 맞췄지만, 5시에서는 꼭 맞추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자세를 굳힌 다음 발시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한 발이 넘어가며 3중을 기록했다. 총 10중으로 개인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순에서 두 발을 넘긴 것이 내심 아쉽고 안타까웠다. 이번 대회가 끝나는 대로 넘어가는 화살을 잡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터에 돌아가 한두 순 습사(활쏘기 연습)를 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잠이 부족해 피로감이 심하여 곧장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단체전은 오전 6시 30분쯤 활터에 도착하여 한 순 습사한 후 다른 단체전 멤버들과 함께 이동했다. 습사 때 시수는 따로 기록해 두지 않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뒤로 넘어가거나 앞으로 넘어가는 등 2중 정도 했던 것 같다.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실업부 경기가 막바지를 향해 진행되고 있었다. 실업부 2위 자리를 놓고 비교전이 시작되었다. 비교전에 나선 두 명 모두 5중을 하여 비교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비교전에서도 둘 다 과녁을 모두 맞춰 매시재비교를 총 세 번 정도 더 진행하였다. 마지막 5순째에서 한 명이 한 발을 놓친 덕분에 비교전이 끝났다. 2위 자리를 놓고도 정말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이 역시 명궁다웠다.

단체전 접수 결과 1관 4대로 배정받았다. 잠시 쉬었다가 바로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초시를 쏘아보니 잘 쏘았다고 생각했는데 넘어가 버렸다. 어제 개인전 마지막 순에서 두 발을 넘긴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윗장을 눌러서 쏘기로 마음먹었다. 오른쪽 흰 변과 왼쪽 흰 변을 맞추며 어떻게든 4중을 해냈다. 예선 합시(총점)는 16중이었다. 각궁이 두 장이라 아마도 본선에 진출할 것 같긴 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시수였다.

본선 진출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에 일단 활 가방을 챙겨 활터로 돌아와 쉬다가 다시 대회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갑정은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고, 실내 에어컨 용량 부족에 선풍기도 없어 대기하는 동안 더위를 버티기 쉽지 않았다. 옆 축구장 관중석이 그나마 시원했지만, 캠핑 의자나 돗자리를 가져오지 않으면 쉴 수 없었다. 궁도복 바지가 흰색이라 아무데나 앉으면 쉽게 때가 타고 망가지기 때문이다.

활터에 와서 15시 15중 중계를 보고 있으니, 생각보다 대회 진행이 빨랐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대회장으로 복귀했다. 우리 용무정에서는 2팀이 16강에 올라가는 쾌거를 거두었고, 이웃 수양정에서도 본선에 진출하였다.

16강 본선 상대는 공교롭게도 용인 수양정이었다. 집중해서 쏴보자 다짐했다. 1시, 2시, 3시 모두 잘 맞았다. 4시가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5시는 꼭 맞춰야 했다. 힘을 단단히 주고 당겨보았다. 하지만 과녁 가운데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다. 어제부터 계속 나오던 그 넘어가는 화살이었다. 나는 단체전 2번 자리에 섰는데, 2번에서 막시(마지막 화살)를 맞추지 못한 탓에 5번선수까지 진행되었고 결국 패배했다. 그날따라 수양정 접장님들의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였다. 5시째 마지막에 넘어간 화살이 너무 분했다. 막시처럼 집중할수록 힘을 통제해서 쏴야 한다. 예전에는 힘이 부족해서 막시에는 마음껏 힘을 써도 됐지만,  궁력이 늘어난 요즘은 오히려 그 힘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습사 과제이다. 본선에 진출한 같은 활터의 다른 팀은 4강까지 진출하여 다시 수양정을 만나 아쉽게 패하며 공동 3위를 기록했다. 결승에서는 안양정이 수양정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언제나 한 발이 아쉽다. 활을 쏠 때는 그 한 발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지 못한다. 모든 화살을 쏘고 나서 결과를 보게 되면 허투루 쏜 그 한 발이 승패를 가르는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래서 일시천금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습사 숙제를 많이 받은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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