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단 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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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실패로 끝난 첫 대회 후기를 남긴다. 개인전과는 다르게 9순이나 쏴서 그런지 별다른 긴장감 없이 출발했다. 돌이켜 보면 이 부분부터 이미 잘못됐었다. 1순1시 부터 최선을 다해 쐈어야 했다. 그렇게 초순을 망친 후 4순째 다시 맞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한발을 방심해서 살짝 넘어가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앞나고 뒤나는 거야 어차피 놓친 살이니 아쉬울게 없지만, 살짝 넘는 것은 줌손의 반바닥으로 조금 더 눌려주고 깍지손 구미를 뒷쪽으로 평행하게 당겨 주면 들어갈 수 있는 거라 후회가 됐다. 몸이 풀렸으니 5순 부터 괜찮겠지 싶었는데 2중 밖에 안나왔다. 평택정 1관에서 쏘는 게 거의 앞이 나고 잘 맞지 않았다. 아마 1관 앞 땅이 움푹 들어와 있는 형태였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다. 조금더 옆으로 돌려 선채 비정비팔을 했더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해서 1관 연습을 해보고 싶다. 6,7,8,9 네순에 12중을 해야하는 상황. 쉽진 않지만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6순에서 3발을 놓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느낌이 좋은 3관 4관에서 많이 맞춰야겠다 싶었으나 3중 이후 두 발을 놓치게 되었다. 3중 까지 너무 잘 맞았는데 곧이어 방심하니 화살이 바로 빠졌다. 4시가 빠지는 건 자만이라 했으니 맞는 말이다. 그렇게 8순째 내고 나서, 수고하셨다는 말을 듣고 내려왔다. 활을 당길 때 무념무상으로 과녁만 보고 당겨야 하는 데 그 순간 머리 속에 온갖 잡념이 떠올랐다. 이미 당긴 상태에서 잡념을 떨쳐내긴 어려웠다. 대부분의 잡념은 자기의심과 관련이 있었다. 지금 활을 제대로 당긴건가? 줌손이 돌아가 있는 건 아닐까? 깍지팔은 뒤로 쭉 당겨 졌을까? 다른 사람들이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나? 자기 의심은 확신을 뺏어가고 확신이 없으면 활을 쏠 수 없다. 궁사는 맞든 안맞든 자기 확신을 가지고 활을 보내야 하는 법이다. 대회날 나의 쏘임이 틀어져 있었던 건 사실이나,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3연 몰기! 올해 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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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은 기간동안 달성할 목표로 3연몰기는 였는데, 오늘 달성했다. 운이 따라 주었던 모양이다. 3연 몰기 이후 4연 도전해 보려 마음을 다잡았지만, 곧 바로 1시가 앞나며 기록은 거기에서 멈췄다. 3연 몰기가 고비라고 하던데, 이제 큰 거 하나 넘었으니 다음 목표는 5연 몰기로 잡고 길게 공들여 이뤄 봐야지. 5연을 하려면 일단 하루에 5순을 달아서 내야하므로 운동 일정과 습관도 바꿔야 될 것 같다. 코로나가 없어서 대회가 자주 열렸다면 등참 하는 걸 목표로 습사를 해볼 수 있을 텐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니 어떤 목표 설정은 필요하다. 과녁이 있으니 쏘임을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의 목표가 있으니 올바른 과정을 통해 운동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줌팔에 생긴 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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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머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과 견갑골을 바짝 당긴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오히려 자세가 틀어지는 일이 생긴 듯 하다. 증상으로는 활을 만작 했을 때 줌팔이 안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줌팔이 공중에 붕 떠있는 듯 느껴졌다. 이를 고쳐 보기 위해 등에 힘을 바짝 주고 당기면, 만작에서는 어떻게 버티는데 발시할 때 줌팔이 안으로 구부러져 버렸다. 사법비전공하에서 관련 활병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위에서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줌손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장심부터 어깨까지 팔힘이 단단히 뻗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죽머리에 골몰하다 줌팔 전체의 쏘임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오늘 아침 습사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당긴다 생각하고 해보았다. 발시 때 줌팔이 안으로 꺾이는 문제가 현저히 줄어든다. 어깨가 안으로 들어와도 괜찮다. 과하게 들어오면 안되지만 어느 정도 들어오는 건 용인해도 될 듯 하다. 다만 어깨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건 필요하다. 힘이 떨어지면 위로 치솟게 된다. 죽머리를 감추라는 말은 바로 이 치솟음을 경계하라는 말일 것이다. 조금 더 연습하면 쏘임의 균형을 다시 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활쏘기 배움이 끝이 없는 이유는 완전한 균형상태를 길게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 몸은 변화하고 균형은 계속 깨진다. 

다시 쏘임 빌드업

기왕 쏘임 무너진 김에 고질병이었던 줌손 꼼지락 거리기를 고치기로 했다. 어차피 안맞는다 생각하니 시수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마음이 편하다. 만작에 들어갈 때 줌손 반바닥에 활이 걸리는 느낌을 살리려고 줌손을 미세하고 고쳐 틀어잡는 버릇이 있다. 이때문에 만작에 고요히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고,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이 보인다고 한다. 그 행동 자체가 흔들림을 가중시키는 요소이기도 하고 말이다. 거궁에서 만작까지 줌손을 고쳐 쥐지 않고 한번에 쭉 밀어 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정사론 이었던가? 활에 화살을 걸어 4번은 내지 않고 당기기만 하고 마지막 5시에 한발을 쏘는 훈련을 말하는 걸 봤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 지적받은 사항은 깍지손 구미 문제다. 쏘임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기 때문에 사범님이 지적을 했을 때 깜짝 놀랐다. 깍지손 구미를 아래로 젖혀 쏘는 습관이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예전에는 깍지손 구미가 들린채 쏘는 것 같아 이를 밑으로 내려 누르려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반대로 되었다니, 몸이 마치 보궁 안한 활마냥 이리 저리 쏠리는 것 같다. 활쏘기는 균형 위에서 이뤄지는 무예이다.

국궁계가 발전 하려면 이제 이런 질문들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국궁 배운지 1년이 조금 넘은 지점에서 몇가지 아쉬운 점들을 적어두고자 한다.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나도 익숙해져 단점들이 보이지 않게 될 것 같아서다. 다른 스포츠나 무예들도 마찬가지지만, 국궁에도 발전하려면 새로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자꾸 유입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올림픽에서 양궁 종목이 금메달을 휩쓸며 활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 이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의 실력을 볼 때 당분간 이 관심은 계속 늘어날 꺼라 보인다. 문제는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국궁계가 능동적인 변화를 꾀하는가 하는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등떠밀려 받아들이는 식으로 남게 되면 도태되는 것이 세상이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밀레니엄세대를 포함하여 그 아래 자라나는 세대를 포용하려면 그들이 던질 당찬 질문들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저 옛부터 그랬으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식의 태도는 오히려 국궁 발전을 저해하는 태도일 것이다. 지금 어린 친구들이 국궁에 입문하면 아래 질문들을 던지지 않을까 추정하며 몇가지 적어본다. 물론 이 질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다. * 무형문화재를 한다고 하면서 왜 대회 복식은 서양식 복식인지? * 왜 활체에 좋아하는 문구를 영어로 쓰면 안되는지? * 정간배례는 모두 해야한다고 들었는데 안하는 경우는 무엇인지? * 전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는데 왜 한복입고 쏘는 사람은 없는지? * 환호시 나이스 샷이라고 하면 왜 문제인지? * 활터에도 145m 멀리 쏘기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충 생각나는 질문들 몇개만 적었다. 굳이 요즘 젊은이들을 상상하지 않아도 이런 질문을 던진 이들이 국궁계에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분들 중 일부는 이제 더 이상 질문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불편함을 만든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확실한 건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구도 대답을 찾아내진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외면하며 보내온 시간들이 케케묵은 먼지처럼 쌓여 귀중한 무형 문화재인 우리 활쏘기를 접하기 어렵게 만드는 건...

쏘임 무너짐

쏘임이 다 망가 졌다. 아니 망가진 건 고쳐서 쓸 수 있는 경우에 하는 말이고, 지금은 무너져 내렸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돌이켜 보면 7월 초 경기도 대회가 무산되면서 부터 쏘임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7월초 예정이던 경기도 승단대회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면서 그 시점을 타겟으로 조절하던 컨디션 관리의 목표를 잃게 되었다. 방심한 탓에 궁력 트레이닝을 제 때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조금씩 약해진 궁력으로 인해 개궁 때 자세가 바뀌었던 걸로 추정된다. 그러다 몇 주 뒤 사고가 났다. 힘이 빠지고 집중이 흩트러진 상태에서 한발을 당겼는데, 당기는 도중 깍지가 빠져버린 것이다. 화들짝 놀라 앞을 봤지만 내 살이 보이지 않았다. 살고가 너무 높게 잡혀 뜬 것이다. 활터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그때 너무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 일단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개궁자세를 고치기로 했다. 혹시 깍지를 놓치더라도 활터 밖으로 화살이 날라가지 않도록 말이다. 그외 별다른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또 당기다 빠지면 어쩌나 하는 작은 씨앗이 마음속에 심어져 공포감이 되었다. 활을 당길 때 점점 겁이 났다. 당기는 중에 마음이 흔들리니 살이 맞을리 없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마치 나비효과 처럼 시작은 전혀 다른 곳에서 작은 일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번져간 것이다. 이 과정을 잘 기록해 두면 다음에 또 쏘임이 무너질때 참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할 때 배움이 생긴다

어느 정도 수련이 되고 나니, 다른 정에 가서 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활쏘기의 재미 중 하나가 활이랑 화살 챙겨 팔도 유람 하는 거라던데, 코로나 시국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더욱 슬픈 건 수도권에서는 대회 개최도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냥 혼자 열심히 습사하는 것 밖에 없다. 과녁이 있음으로 해서 쏠 목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쏘임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습의 어떠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목표를 성취하느냐 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때 배움이 생긴다. 9월이 가기 전에 3연몰기, 올해가 가기 전에 5연몰기 하는 걸 목표로 잡고 연습을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