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임 무너짐
쏘임이 다 망가 졌다. 아니 망가진 건 고쳐서 쓸 수 있는 경우에 하는 말이고, 지금은 무너져 내렸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돌이켜 보면 7월 초 경기도 대회가 무산되면서 부터 쏘임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7월초 예정이던 경기도 승단대회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면서 그 시점을 타겟으로 조절하던 컨디션 관리의 목표를 잃게 되었다. 방심한 탓에 궁력 트레이닝을 제 때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조금씩 약해진 궁력으로 인해 개궁 때 자세가 바뀌었던 걸로 추정된다.
그러다 몇 주 뒤 사고가 났다. 힘이 빠지고 집중이 흩트러진 상태에서 한발을 당겼는데, 당기는 도중 깍지가 빠져버린 것이다. 화들짝 놀라 앞을 봤지만 내 살이 보이지 않았다. 살고가 너무 높게 잡혀 뜬 것이다. 활터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그때 너무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
일단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개궁자세를 고치기로 했다. 혹시 깍지를 놓치더라도 활터 밖으로 화살이 날라가지 않도록 말이다. 그외 별다른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또 당기다 빠지면 어쩌나 하는 작은 씨앗이 마음속에 심어져 공포감이 되었다. 활을 당길 때 점점 겁이 났다. 당기는 중에 마음이 흔들리니 살이 맞을리 없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마치 나비효과 처럼 시작은 전혀 다른 곳에서 작은 일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번져간 것이다. 이 과정을 잘 기록해 두면 다음에 또 쏘임이 무너질때 참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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