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쏘다 왜 말이 많아질까?
활을 쏘다 보면 자연스레 말이 많아진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는 빨리 잘 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진다. 옆 사람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분주하다. 물어서 배운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이번엔 남들만 알고 있는 숨겨진 정보가 있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든다. 그때부터 별걸 다 물어 댄다. 그 깍지는 무엇인지, 그 액세서리는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그 활은 어느 브랜드인지 등등, 별 것 아닌 것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댄다. 그러다 어느덧 화살이 과녁에 제법 명중하기 시작할 때쯤이 되면 새로운 회원이 입회한다. 몇 마디 아는 척을 해줬더니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라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그때부터 우쭐해지기 시작하며, 마치 자신이 활쏘기의 달인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연스레 신입들을 가르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싹튼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구사들과 사법(射法)에 대해 의견이 다른 부분들을 확인하게 되어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의견 차이로 시작된 논쟁이 점차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활꾼들 간의 작은 앙금이 생긴다. 관계가 서먹해지면, 친한 정도에 따라 편을 가르기 시작한다. 서로를 폄훼하고 뒷담화를 나누며, 동호회는 어느새 파벌 싸움의 장으로 변질된다. 활쏘기는 집중력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운동이지만, 활을 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때때로 과도한 경쟁심과 자존심이 충돌하며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활쏘기라는 운동이 가진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활쏘기는 본래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서 본질을 흐린다. 활을 쏘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앞서는 것이다. 그래서 궁도구계훈 중 하나인 습사무언(習射無言)은 단지 사대에서만의 예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대 밖에서도 지키는 것이 유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