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백록정 습사

작년 제주도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백록정에 매력을 느껴 꼭 다음번 제주 올 때 활을 챙겨오겠다 했었다. 기회가 닿아 다시 여행을 오게 되었고 적지 않은 짐에 활가방을 하나 더 얹어 왔다.

제주 도착 첫날 오후에 방문하여 인사를 드리고 습사를 하게 되었다. 바다 위를 날아 과녁이 닿도록 되어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앞 바람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첫 순은 바람을 타고 모두 뒤가 났다. 과녁 오른쪽에 맞거나 앞나는 정도로 표를 앞에 두고 쐈는데도 뒤가 났다. 조금 더 앞으로 당겨 과녁 한가운데를 조준해도 뒤. 더 당겨 흑관 오른쪽 변을 보고 쏴도 뒤. 뭘해도 뒤로 가버리고마는 처음 보는 강한 앞바람에 혀를 내두르며 초순을 불내고 내려왔다.

그럼 과녁 우측변을 보고 쏴보자 싶었다. 어떻게든 과녁 앞쪽을 맞추거나, 확실히 앞을 내버리면 표를 잡을 수 있을 듯 싶었다. 과녁 우측 변을 보고 쏘니 2 발은 성공적으로 관중했다.


그러나 생각치 못한 문제를 만났는데, 실제 과녁이 없는 곳을 보고 쏘자니 주시안인 오른쪽 눈에서는 과녁이 사라지고, 평소엔 줌손에 가려 과녁을 보지 못하던 왼쪽 눈에 과녁이 나타났다. 발시 직전 주시안이 혼란스러워져 왼눈으로 보다 말다 쏘니 3발은 불.

그래서 요령을 발휘하여 왼쪽 눈을 감아버리고 겨눠보기로하였다. 표를 볼 때 두 눈 다 뜨고 보라고 배웠지만, 상황에 따라 요령은 써도 될 것 같았고, 이 강한 앞 바람이 그 상황에 해당할테니 해보기로 하였다. 겨루기 직전 잠시 왼쪽 눈을 감아 차단해버리니 주시안 으로만 확실히 보였다. 과녁 우측 변에 대고 쏘니 앞바람을 멋지게 타며 휘어서 관중했고, 마지막 4순까지 모두 맞췄다. 

이 강한 바람이 백록정의 평상시 사람이라고 한다. 바람이 없으면 오히려 활쏘기 적응이 안된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바람을 고려하여 오조준 한 화살이 휘어서 과녁이 들어갈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활쏘기의 재미를 또 하나 배운 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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