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30 제25회 전주시장기 및 제62회 전주천양정 전국남녀 궁도대회 참가 후기

지난 3월 30일, 전주 천양정에서 열린 전국대회 단체전에 용무정 소속으로 출전했다. 아침 6시, 용무정을 출발하여 2시간 20분 만에 천양정에 도착했다. 천양정 앞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기에 길 건너 신흥고등학교에 주차하고 활터로 향했다. 신흥고등학교 주차장 가장 안쪽에 주차하니 횡단보도만 건너 바로 활터에 닿을 수 있었다.

천양정은 처음 방문하는 활터였다. 정 내에 있는 헌액 기념문에는 1937년도 대회 기념문도 있었다. 그보다 더 오래된 기념물도 있을 듯했지만, 대회 중이라 사람이 많아 제대로 살펴볼 여유는 없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실업부 경기가 한창이었다. 오전 중 예선전을 치르고 싶어 서둘러 접수대에 작대를 넣었다. 접수 결과 1관 4대. 단체전은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했고, 천양정은 3관까지밖에 없어 대략 11시쯤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개인전 참가자들은 짧은 살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평소 쏘는 대로라면 과녁 중상단에 맞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하지만 어젯밤 엄지손가락을 친 문제 때문에 오늬 자리를 다시 메었는데, 그러고 한 번도 발시하지 못한 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초시를 당기는데 제대로 당겨지지도 않고, 만작에서 버티기도 어려웠다. 뒤가 났다. 다시 집중하여 힘을 조금 더 주고 쏴봤다. 빠질 듯했지만 2발이 맞았다. 4시는 최근 연습하던 대로 윗장을 조금 눌러서 쏴봤다. 과녁 한가운데 짧게 떨어졌다. 5시는 꼭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순간에 쏘지 못하고 그냥 발시해버렸다. 앞이 났고 2중이었다. 다행히 팀의 명궁 두 분이 몰아주신 덕분에 18중으로 4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긴장 탓인지 예선이 끝난 후에도 손 떨림이 가시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최근 2주 정도 하루도 쉬지 않고 활을 쐈다. 중간에 하루씩 쉬어야 몸이 회복될 텐데, 여러모로 지친 상태로 대회에 참가한 것 같았다. 게다가 아침도 먹지 않고 새벽부터 대회장까지 운전하고 온 것도 영향을 준 듯했다.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잠시 쉬다가 대회장으로 돌아왔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오니 떨림은 조금 나아졌다. 잘 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힘을 주고 당기는 듯하니, 가볍게 툭툭 쏘라는 조언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16강 상대는 임실 오수득가정이었다. 초시를 당겨 쏴봤다. 잘 맞았다.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시에 깍지를 충분히 당기지 못했다. 여전히 활을 당길 때 손과 팔이 떨렸다. 뒤가 나고 말았다. 정확하게 쏴보려고 노력했다. 3시, 과녁 한가운데 짧게 떨어졌다. 4시는 약간 뒤로 흘렀지만 역시 짧았다. 5시는 반드시 맞추기 위해 애를 썼지만 앞이 나고 말았다. 1중이었다. 대대걸이에서 이 정도 성적이면 팀이 탈락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다행히 상대 팀도 고전하고 있었고, 우리 팀의 1번과 5번 궁사들이 빠짐없이 맞춰준 덕분에 16강을 통과하여 8강에 진출했다. 촉바람인지 앙사 때문인지 몰라도, 표를 더 높게 잡아야 할 것 같았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화순 서양정이었다. 여주 오갑정 팀을 이기고 올라온 팀이었다. 초시를 쏴봤다. 앞이 났다. 하지만 느낌은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표를 과녁띠에 맞춰 쏴봤다. 2발이 맞았다. 상단에 맞는 듯하여 넘을까 싶어 눈썹 아래로 내려 봤다. 짧았다. 5시를 쏘기 전 상대 팀의 시수가 부족하여 우리가 이겼다. 각죽 궁사가 두 명이나 있다 보니 시수가 비슷하면 이런 이점이 있었다. 마지막 화살이 짧게 떨어지는 바람에 표 위치를 계산이 잘 되지 않고 주저되었다.

4강 상대는 세종 고려정과 익산 건덕정을 이기고 올라온 대전 회덕정이었다. 전국대회 본선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팀이라 긴장해야 했다. 이런 팀의 경우 그날 기세가 아주 좋기 때문이다. 대대걸이 시작. 1시를 쏴봤다. 과녁 가운데 짧게 떨어졌다. 2시를 쏴봤다. 역시 짧았다. 윗장을 눌러 쏘려고 최근 연습한 것 때문인가 싶었다. 머릿속에서 연습한 내용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냥 넘어가도록 쏴버리자고 되뇌었다. 3시, 4시를 겨우 맞췄다. 5시도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만작에서 차분히 버티지 못했다. 앞이 나며 2중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고흥 영주정이었다. 진안 마이정, 남원 황산정, 강진 양무정을 이기고 올라온 팀이었다. 예선을 2위로 통과한 강팀이었다. 본선 통과를 이끌었던 1번 명궁님이 몇 발을 빼셨다. 거의 혼자 이끌다시피 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나는 웃장 밀기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활을 내봤다. 2발이 맞았다. 높이 떠서 넘어갈 듯한 불안감이 들었지만, 사실 넘어가지 않았다. 오늘 쏜 화살 중에 넘어간 것은 단 한 발도 없었다. 3시, 발시 때 만작을 차분히 하지 못한 탓에 한 발 뒤로 빠졌다. 하지만 기운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4시, 5시 다시 맞췄다. 4중이었다. 다음 순번의 여궁사님이 결승에서 지쳐 힘들어했지만, 마지막 5시를 맞추며 상대팀의 시부족으로 우리가 승리했다.

전주 천양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활을 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일단 이상 기후 때문인지 3월 말인데도 너무 추웠고, 풍기가 바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듯했다. 실제로는 앙사임에도 앙사처럼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었고, 사대 뒤쪽의 건물이 약간의 착시를 일으키는 듯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활을 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최근에 넘어가는 살을 잡는 방법으로 연습한 웃장 누르기는 분명 잘못된 방향인 것 같았다. 한 달 뒤에 있을 도민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화살이 계속 앞 날 때 체크사항

궁수의 역설을 이해해 보자.

줌손 흘려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