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안 변화 쏘임의 변화

겨울 동계 훈련을 나름 잘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날이 풀리니 뭔가 많이 틀어졌다. 옆에서 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열심히 습사한 탓일까 싶다. 활 공부는 반드시 옆에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집중해서 활을 쏠 때 자신의 쏘임을 정밀하게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촬영 기기들의 성능이 좋아져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역시 눈썰미 좋은 명궁 하나를 당해낼 순 없다. 이번 봄이 되면서 제일 먼저 겪은 문제는 간혹 나왔던 넘어가는 살들이었다. 이를 잡으려고 앞손 윗장에 힘을 줘 아래로 내리누르려 했다. 그에 따라 앞손에 추가된 힘만큼 반대 손인 깍지팔에도 힘이 추가되어야 했고, 화살 한 발 쏠 때 양 팔에 과하게 힘이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같았으면 이 정도로 힘을 주는 건 몸이 버티지 못했을 텐데, 겨울에 혹시 힘이 빠질까 했던 밴드 당기기로 궁력이 충분했던 상황이라 그냥 힘을 주면서 쏘는 것도 해볼 만했던 모양이다. 이때부터 활을 순전히 힘으로만 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면서 쏘임이 흩트려졌다. 특히 습사에서는 힘을 주고 쏠 수 있었지만, 대회장에 가면 몸이 긴장하여 두 팔에 균형 있게 힘을 주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이대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가 생겼다고 느끼게 된 건 전추 천양정 단체전 대회 에서였다. 팀이 잘 쏴줘서 우승했지만, 그날 나의 시수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한 가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결승전 마지막 순에 몸이 지쳐 어쩔 수 없이 힘을 빼고 쐈던 것이 오히려 잘 맞았던 것이었다. 대회 후 쏘임 교정에 대한 코멘트를 받고, 힘을 빼고 웃장 누르는 건 중지하고, 깍지를 과하게 뒤로 당기지 말고 화살 길이만큼만 당긴 후 그대로 발시하는 것을 연습했다. 처음엔 어색한 느낌이 들었으나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감이 찾아왔다. 동계 훈련 전에 한창 시수가 좋을 때 느꼈던 것과 닮아 있었다. '그래, 이거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이제 몇 년 쏴봐서 요령이 생겼는지 원래의 감각으로 빠르게...

20250413 제11회 부안군수기 전국남녀 궁도대회 단체전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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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전북 부안 심고정에서 치뤄진 전국대회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용무정에서 5시 45분 정도에 출발하여 중간에 1번 정도 쉬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8시 20분 정도였다. 바쁘게 준비하고 바로 작대 접수를 하였다. 4대 3관. 실업부 대회가 한창 진행중에 있었고, 같은 정 명궁님이 15시 15중으로 1위를 하였다. 대회장에는 거친 앞바람이 불고 있었고, 오늬바람도 같이 불고 있었다. 실업부 대회가 끝나자마자, 단체적이 빠르게 시작되었다. 앞 작대 사람들이 쏘는 화살 날라가는 걸 유심히 관찰하였다. 활터 중간부터 앞바람에 밀리기 시작해서 무겁에서는 여지없이 뒤로 밀려 날라갔다. 지난 전주대회에서 우승했던 멤버 그대로이고, 팀의 두분은 실업부에 출전하여 표를 잡아둔 상태니 예선통과는 무난하리라 낙관했다. 출전. 반관은 뒤로 대야 된다는 말을 듣고, 전날 쏘임 코칭을 받은 대로 힘을 빼고 쏴보려 했다. 뒤로 댔으나 과녁 정중앙으로 떠버리고 바람에 밀려 뒤가 나고 만다. 만작에서 깍지를 오래 잡고 있지 못한 탓이다. 너무 성급하게 발시했다. 1시에 바람 세기를 제대로 못읽은 탓인지 1명을 제외한 모두가 빼버리고 만다. 2시. 정확히 표를 옮겨 굳힌 후 발시했다. 바람을 타고 명중한다. 다행이다. 2시는 팀 분들도 모두 관중한다. 3시. 표를 굳혀 봤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가운데로 떠버리고 너무 높이 떴다. 운좋게 과녁의 왼쪽 귀퉁이에 관중했다.  4시. 단단히 굳혀서 다시 쏴본다. 안정적으로 관중했다. 5시. 꼭 맞추고 끝내겠다 다짐해본다. 단단히 굳히고 깍지 힘을 줘서 버틴다음 발시한다. 살이 뜨는데 조금 높은 느낌이 든다. 앞바람이 밀어준다. 과녁의 한 가운데로 잘 날라간다. 관중을 예상했는데, 오늬바람을 타고 넘어 버린다. 3중으로 마무리. 팀의 성적은 13중. 보통 때 같으면 본선 진출이 어림도 없는 성적이나, 오늘 거센 바람에 다른 팀들도 고전하리라 예상하며 예선이 끝나길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 하며 휴식을 취한...

20250330 제25회 전주시장기 및 제62회 전주천양정 전국남녀 궁도대회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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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전주 천양정에서 열린 전국대회 단체전에 용무정 소속으로 출전했다. 아침 6시, 용무정을 출발하여 2시간 20분 만에 천양정에 도착했다. 천양정 앞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기에 길 건너 신흥고등학교에 주차하고 활터로 향했다. 신흥고등학교 주차장 가장 안쪽에 주차하니 횡단보도만 건너 바로 활터에 닿을 수 있었다. 천양정은 처음 방문하는 활터였다. 정 내에 있는 헌액 기념문에는 1937년도 대회 기념문도 있었다. 그보다 더 오래된 기념물도 있을 듯했지만, 대회 중이라 사람이 많아 제대로 살펴볼 여유는 없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실업부 경기가 한창이었다. 오전 중 예선전을 치르고 싶어 서둘러 접수대에 작대를 넣었다. 접수 결과 1관 4대. 단체전은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했고, 천양정은 3관까지밖에 없어 대략 11시쯤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개인전 참가자들은 짧은 살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평소 쏘는 대로라면 과녁 중상단에 맞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하지만 어젯밤 엄지손가락을 친 문제 때문에 오늬 자리를 다시 메었는데, 그러고 한 번도 발시하지 못한 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초시를 당기는데 제대로 당겨지지도 않고, 만작에서 버티기도 어려웠다. 뒤가 났다. 다시 집중하여 힘을 조금 더 주고 쏴봤다. 빠질 듯했지만 2발이 맞았다. 4시는 최근 연습하던 대로 윗장을 조금 눌러서 쏴봤다. 과녁 한가운데 짧게 떨어졌다. 5시는 꼭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순간에 쏘지 못하고 그냥 발시해버렸다. 앞이 났고 2중이었다. 다행히 팀의 명궁 두 분이 몰아주신 덕분에 18중으로 4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긴장 탓인지 예선이 끝난 후에도 손 떨림이 가시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최근 2주 정도 하루도 쉬지 않고 활을 쐈다. 중간에 하루씩 쉬어야 몸이 회복될 텐데, 여러모로 지친 상태로 대회에 참가한 것 같았다. 게다가 아침도 먹지 않고 새벽부터 대회장까지 운전하고 온 것도 영향을 준 듯했다. 가까운 ...

활을 쏘다 왜 말이 많아질까?

활을 쏘다 보면 자연스레 말이 많아진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는 빨리 잘 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진다. 옆 사람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분주하다. 물어서 배운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이번엔 남들만 알고 있는 숨겨진 정보가 있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든다. 그때부터 별걸 다 물어 댄다. 그 깍지는 무엇인지, 그 액세서리는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그 활은 어느 브랜드인지 등등, 별 것 아닌 것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댄다. 그러다 어느덧 화살이 과녁에 제법 명중하기 시작할 때쯤이 되면 새로운 회원이 입회한다. 몇 마디 아는 척을 해줬더니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라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그때부터 우쭐해지기 시작하며, 마치 자신이 활쏘기의 달인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연스레 신입들을 가르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싹튼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구사들과 사법(射法)에 대해 의견이 다른 부분들을 확인하게 되어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의견 차이로 시작된 논쟁이 점차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활꾼들 간의 작은 앙금이 생긴다. 관계가 서먹해지면, 친한 정도에 따라 편을 가르기 시작한다. 서로를 폄훼하고 뒷담화를 나누며, 동호회는 어느새 파벌 싸움의 장으로 변질된다. 활쏘기는 집중력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운동이지만, 활을 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때때로 과도한 경쟁심과 자존심이 충돌하며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활쏘기라는 운동이 가진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활쏘기는 본래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서 본질을 흐린다. 활을 쏘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앞서는 것이다. 그래서 궁도구계훈 중 하나인 습사무언(習射無言)은 단지 사대에서만의 예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대 밖에서도 지키는 것이 유익하다. ...

겨울 동계 훈련, 불안이 생긴다.

겨울은 활쏘기에 힘든 계절이다. 눈이 내릴 때마다 무겁 쪽에 제설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화살이 잘못 박히면 눈 속에 묻혀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쏘임이 틀어지는 것이다. 추운 겨울, 사대에 나가 서 있으면 어느새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그 자세가 쏘임으로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거궁시 가표를 줌손 쪽을 통해 보는데, 이를 위해선 줌손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겨울엔 소매를 걷을 수 없어 메뚜기 완대로 옷이 늘어지는 걸 묶어두는데, 이 때문에 가표를 볼 수가 없다. 이 점이 겨울 습사 때 나의 쏘임이 틀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 겨울도 상황이 달라질 건 없어 시수는 포기하고 궁력이나 열심히 키우자고 생각했다. 습사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자주 쏘고, 습사 후에는 쎈 고무줄 밴드를 당겨 힘을 키우는 마무리 운동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화살이 관중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꺼진다. 이 불안을 극복하고 다룰 수 있어야 진정한 활꾼이 되는 것일 텐데, 알면서도 마음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5월 중순에 있을 도민체전을 대비해 그때는 최고의 시수가 나오도록 몸을 만들어두면 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조바심이 나고 욕심이 나니 불안이 생기는 것이다. 가표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시수를 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예전에 하지 않던 이상한 버릇들이 쏘임에 더해진다. 이전에 하던 간결한 기본 원칙 외에는 더 할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활쏘기는 쏘임의 문제가 절반이고 마음의 문제가 나머지 절반이다. 이제 겨울이 끝나간다. 한파가 지나가면 겨울 동안 키운 궁력으로 빠르게 쏘임을 재점검해 나가 보자.

20241006 제3회 안성맞춤기 전국 남녀 궁도대회 단체전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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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6일 경기도 안성 마춤정에서 개최된 제3회 안성맞춤기 전국남녀 궁도대회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작년 에도 참가했었는데, 기록을 제 때 남겨두지 않아, 시수표만 블로그에 적어두었었다. 본선은 진출했으나 16강에서 탈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회장으로 출발하기 전 정에서 2순을 내었다. 한발이 살짝 넘었지만 나머지는 안정적으로 관중해서 오늘 컨디션이 좋을 꺼라 예상하였다. 5중, 4중을 하고 대회장으로 출발. 접수를 하니 예선까지는 2시간 정도 대기 시간이 예상됐다. 적당히 쉴 곳을 찾아 떠돌았지만,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궁방을 가보았으나,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았다. 대회장에서 편히 쉬기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얼마전 장염으로 떨어진 체력 때문인지, 대기하는 동안 피로감이 몰려왔다. 예선 시작. 초시는 기운 좋게 잘 날라가 관중했으나, 2시가 뒤로 빠진다. 요즘 깍지를 반듯하게 당기지 못하는 것 같아 무척 신경 쓰였는데, 그 문제 인가 싶다. 깍지팔을 단단히 하고 쏘니 가운데로 들어간다. 5시째 당겼을 때는 깍지 팔꿈치를 내리지 않으려고 너무 과하게 의식했다. 한 가운데로 잘 갔는데, 짧고 말았다. 3중. 팀원 분들이 잘 쏴주셔서 본선은 무난히 진출했다. 빠른 점심을 챙겨 먹었다. 대회장에 오는 밥차들은 가성비가 별로인 경우가 많았는데, 안성대회의 소머리국밥은 훌륭했다. 든든한 한끼로 모자람이 없었다. 밥을 먹고 쉬면서 본선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우리 정에서 많은 팀이 출전했는데, 기대했던 다른 한 팀은 본선 진출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예상외의 선전을 한 또 다른 팀이 출전 성공하여 총 2팀이 16강에 올라가게 되었다. 16강 첫번째 상대는 여주 오갑정. 초시는 관중. 그러나 2시가 앞으로 빠진다. 아까부터 초시를 맞추고 나면 2시째 긴장감이 더 높아지는 듯 하다. 줌팔에 힘을 더주어 3시 발시. 오른쪽 상단에 겨우 맞는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듯한 불안감이 생겼다. 4시는 줌팔을 너무 세게 잡은 나머지 ...

2024 추석 연휴 타정 습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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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날 꽉 막히는 하행길은 언제 가도 힘든 길이다. 활을 배우고 나서는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였는데, 중간에 힘들면 가까운 활터를 들러 몇 순 내고 쉬다 가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그렇게 방문한 타정습사 후기를 적어본다. 용인에서 대구를 가는 길 중간에 소백산맥 한 자락인 속리산이 있기 때문에 속리산의 윗쪽을 가면 문경, 상주, 구미를 지나게 되고, 아랫쪽으로 지나게 되면, 청주, 대전, 김천을 지나게 된다. 먼저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확인해보고 경로상에 맞는 중간 활터를 들르기로 했다. 그 결과 방문하게 된 문경새재정. 2년 전 추석에 방문해보고 오랜만에 재 방문이다. 문경새재정은 산 속 고요한 곳에 있지만, 하필 바로 옆에 사격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총소리를 들으며 활을 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시끄러운 총소리 조차 정신 집중을 위한 훈련이라 생각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착해보니 2년전엔 없었던 휴게 공간이 새로 생겼다.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휴게공간 덕분에 한여름 같았던 더위도 버틸만 했다. 정 건물의 1층은 주차장 등으로 쓰고 있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면 사대가 있다. 사대에서 산 골짜기 쪽을 바라보면 무겁과 과녁이 있고, 양 옆으로 산이 막아주고 있어 바람은 거의 없다. 과녁은 3개가 있으며 연전은 2순을 내고 나서 계단을 통해 정을 내려가서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정 근처에는 편의점 등이 없으니, 음료등은 미리 구매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야사할 수 있는 시설은 있으나, 실제로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진 않은 걸로 보였다. 해가 떠 있을 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 4순을 내고 다른 분들 퇴정에 방해되지 않도록 우리도 남은 하행길을 떠났다.  본가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경주 1박 여행을 떠났다. 불국사, 석굴암 등을 보고 다음날 들른 곳은 경주 호림정. 과녁이 6개나 되는 큰 활터이다. 도착하여 관리자분께 이용 금액 결제를 하고, 문무대라고 적힌 1,2,3 관에서 활을 내었다. 6개 과녁을 2개로 나뉘어 사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