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의 예절, 일과 및 의식
1. 활터의 예절
1) 등정례(登亭禮)
이것은 활터에 올라올 때 먼저 올라와있는 사람들한테 하는 인사이다. 정에 들어서면서 "왔습니다." 하면 먼저 와있던 사람들은 "어서 오세요"라고 응한다. 이런 형식을 굳이 지키고 싶지 않으면 보통 인사하듯이 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활터 건물의 중앙에다 정간(正間)이라는 글자를 새겨 붙이고 거기에 목례를 하는 형식으로 점점 바뀌는 추세이다. 유래가 없는 예절이다.
2) 초시례(初矢禮)
3) 팔찌동
4) 기타
위의 세 가지는 전국의 모든 활터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이다. 따라서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만 망신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까지 망신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활터는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예에 대한 생각도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전국의 활터마다 각기 다른 풍속과 예절이 있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예절 몇 가지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어느 활터에 가서든 결례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 동진동퇴
활을 쏘기 위해 사대에 나아갈 때나 활을 쏘고 물러날 때는 혼자서 하지 않고 옆 사람과 같이 행동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다 쐈다고 해서 혼자서 물러서지 못하고, 남들이 쏘는 중에 끼어들지 못 한다.
□ 습사무언
활을 쏠 때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이것은 우선 옆 사람이 활을 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고, 그 다음에는 말을 하면 호흡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활은 호흡을 생명으로 하는 운동이다. 말을 하면 호흡에 변화가 생긴다.
불가피하게 말을 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에는 작은 목소리로 필요한 말만 한다. 예컨대 바람의 방향을 묻는 다거나 하는 정보를 주고 받는 선에서 짤막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 만한 부산스런 행동을 일체 삼가 한다.
□ 남의 활을 건드리지 않는다.
이 말에는 남의 물건을 만질 때는 주인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일반 상식 이외에 더 중요한 뜻이 있다. 지금은 개량궁이 나와서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옛날 각궁은 값이 비쌌고, 또 잘못 당기면 뒤집어져 부러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될수록 남의 활은 만지지 않는 것이 예의로 정착했다.
□ 화살촉의 방향
화살을 살놓이에 놓을 때에는 촉이 과녁 쪽으로 가도록 한다. 살은 살기를 띤 무기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앉는 건물 쪽을 피하는 것이 좋다.
□ 활을 쏘는 시기
자기 차례가 와서 활을 들어올리기 전에 옆 사람이 활을 쏘는 중인가를 살펴야 한다. 옆 사람이 활을 쏘는 중이라면 잠시 기다렸다가 쏜다. 보통 때는 앞에 앞 사람이 거궁 할 때 미리 화살을 꺼내어 준비했다가 차례를 기다려 쏘면 되고, 대회나 편사 같은 정순 경기에서는 앞사람이 다 쏜 뒤에 화살을 뽑는다.
□ 몰기례
□ 연전
□ 자리
□ 복장
□ 손님접대
2. 활터의 하루
이상의 예절을 바탕으로 하여 활터에 한량이 올라왔을 때부터 내려갈 때까지 이루어지는 생활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3. 활터의 의식
1) 집궁례(執弓禮)
집궁례는 활을 처음 배울 때 갖추는 예절로 신입사(新入射)라고 한다. 내가 활을 쏘기 전부터 이미 다른 사람이 활을 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예절을 지켜야 한다.
옛날에는 선비들이 대부분 활을 쏘았기 때문에 자식이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활쏘기를 가르쳤다. 대개 활을 당길 만한 나이인 10대 중반이 되면 아버지가 활터에서 여러 사원을 불러 주안상을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자식의 활쏘기 입문을 부탁한다. 그러면 사두는 그 청을 받아들여서 입사를 허락 한다.
그러나 활쏘기가 스포츠로 정착한 요즘은 이런 엄격한 규율이 시행되는 곳은 거의 없고 한두 명의 추천을 받아서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사원으로 받아들인다.
2) 관중례(貫中禮 1중례, 3중례, 5중례)
관중례는 처음 활을 배우면서 과녁을 맞힐 때 그것을 기념하여 조촐한 잔치를 벌이고 활쏘기를 가르쳐준 사범에 대해 고맙다는 성의를 표하는 것이다.
사법을 배우고 사대에 서서 처음으로 첫발을 맞추면 그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1중례 하고 한다. 자신이 쏜 화살이 처음 과녁에 가서 맞을 때 나는 소리는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것을 들을 때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그러한 의미를 기념하려고 생긴 것이 1중례 이다.
1중을 한 한량은 자신을 가르쳐준 사범에게 말을 하여 사두의 허락을 받고 술과 안주를 조금 마련하여 그 동안 활을 배우도록 도와준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표한다. 사두는 이때 2중례 제례하여 주라고 지시한다. 2중례도 원래는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생략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3중을 하면 3중례를 하는데 요령은 1중례와 똑같다. 역시 4중례는 생략한다.
첫 몰기를 하면 5중례를 한다. 5중의 뜻은 아주 크다. 3중이나 4중과는 달리 다삿 발을 처음 다 맞추려면 기본 궁체가 잡혀있어야 한다. 기본 궁체가 잡혔다는 것은 이렇게 쏘면 되겠다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5중례를 통과하면 활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다. 진짜 한량이 되는 첫걸음인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접장이라는 칭호를 주어서 격려한다. 그런 만큼 앞의 1중례나 3중례보다 잔치의 규모도 더 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두는 앞으로 사범과 구사를 잘 섬기고 활터생활을 잘 하라고 덕담을 해준다. 이때 5중례를 하는 사람은 자신을 가르쳐준 사범에게 예를 표하고 특별히 선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도 몰기를 기념하여 작은 선물을 해준다. 요즘은 몰기한 사람이 사무실에 간단한 집기를 마련해주고 활터에서는 몰기한 사람에게 금뺏지 같은 것을 해주는 방식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3) 집궁회갑
집궁회갑은 활을 쏘기 시작한 지 갑년(60년)이 되는 해에 이를 기념하는 것을 말 한다. 이는 웬만큼 연륜이 깊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활터 이외의 곳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풍속이다.
또 옛날에는 회갑까지 살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집궁회갑은 여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집궁 회갑은 그 한 사람만의 경사가 아니고 그 활터의 경사다. 그렇기 때문에 활터 주관으로 그 자손들과 협의하여 잔치를 마련한다.
4) 납궁례(納弓禮)
활을 평생토록 쏘다가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쏘지 못 할 상황이 오면 납궁례를 한다. 납궁은 말 그대로 활을 반납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집궁한 활터에 자신이 쓰던 궁시를 반납하고 평생 관여해온 활터의 일을 정리하는 것이니, 쉽게 생각하면 은퇴식이다.
이 납궁례 역시 우리나라를 뺀다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풍속이다. 무술과 관련된 풍속과 절차가 잘 발달한 일본이나 중국에서 조차도 이 납궁례와 비슷한 은퇴식은 없다. 다만, 금분세수라고 해서 무협소설에나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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