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의 예절, 일과 및 의식

원래 출처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다만 2006 년도 경의 글 내용에 다른 글 내용이 합쳐진 형태로 국사모 밴드에 올라온 것을 다시 퍼왔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니 부분도 있다. 퍼온 글이라 원문을 수정할 수 없어서 코멘트를 따로 달진 않았다. 생각이 다른 부분들은 개별 글로 다시 적어보려고 한다.


1. 활터의 예절

활쏘기는 옛날 선비들의 운동이었기 때문에 예절 또한 엄격하다. 활터에는 아주 많은 예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잊어서는 절대로 안 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 즉 등정례, 초시례, 팔찌동이다.

1) 등정례(登亭禮)

이것은 활터에 올라올 때 먼저 올라와있는 사람들한테 하는 인사이다. 정에 들어서면서 "왔습니다." 하면 먼저 와있던 사람들은 "어서 오세요"라고 응한다. 이런 형식을 굳이 지키고 싶지 않으면 보통 인사하듯이 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활터 건물의 중앙에다 정간(正間)이라는 글자를 새겨 붙이고 거기에 목례를 하는 형식으로 점점 바뀌는 추세이다. 유래가 없는 예절이다.

원래 정간은 건축물의 한 가운데를 가리키는 건축 용어로, 여기에 대고 인사를 하는 것은 전라도 지역의 풍속이었고(천양정 선생안), 1960년대 중반에 전국으로 퍼졌다. 황학정에는 정간이 없고 고종황제의 어진에다 인사를 한다.

2) 초시례(初矢禮)

초시례는 첫발을 낼 때 취하는 예절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그날 첫 발을 쏠 때 한번만 하는 예이다. 활터에 올라와서 첫발을 낼 때는 쏘기 전에 "활 배웁니다." 라고 한다. 그러면 곁에 있던 사람들은 "많이 맞추세요."라고 덕담으로 응수한다.

3) 팔찌동

팔찌동은 설자리에 서는 순서를 말한다. 팔찌동 윗자리에 어른이 서도록 모시는 것을 말한다. 팔찌는 늘어진 소매를 잡아매는 기구를 말한다. 팔찌는 왼쪽 팔에 차므로 과녁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이 높은 자리가 된다. 따라서 서열에 따라 어른을 팔찌를 찬 왼쪽으로 서게 하는 것이 팔찌동이다. 좌궁은 우궁과 반대이다.

4) 기타

위의 세 가지는 전국의 모든 활터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이다. 따라서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만 망신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까지 망신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활터는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예에 대한 생각도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전국의 활터마다 각기 다른 풍속과 예절이 있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예절 몇 가지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어느 활터에 가서든 결례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 동진동퇴

활을 쏘기 위해 사대에 나아갈 때나 활을 쏘고 물러날 때는 혼자서 하지 않고 옆 사람과 같이 행동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다 쐈다고 해서 혼자서 물러서지 못하고, 남들이 쏘는 중에 끼어들지 못 한다.

같은 띠로 설자리에 들어섰으면 끝 사람이 쏘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꼭 지켜야 할 예절이다.

□ 습사무언

활을 쏠 때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이것은 우선 옆 사람이 활을 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고, 그 다음에는 말을 하면 호흡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활은 호흡을 생명으로 하는 운동이다. 말을 하면 호흡에 변화가 생긴다.

 불가피하게 말을 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에는 작은 목소리로 필요한 말만 한다. 예컨대 바람의 방향을 묻는 다거나 하는 정보를 주고 받는 선에서 짤막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 만한 부산스런 행동을 일체 삼가 한다.

□ 남의 활을 건드리지 않는다.

이 말에는 남의 물건을 만질 때는 주인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일반 상식 이외에 더 중요한 뜻이 있다. 지금은 개량궁이 나와서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옛날 각궁은 값이 비쌌고, 또 잘못 당기면 뒤집어져 부러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될수록 남의 활은 만지지 않는 것이 예의로 정착했다.

 활이 뒤집혀 부러지면 부러뜨린 사람이나 주인이나 난처한 처지가 될 수 밖에 없다.

□ 화살촉의 방향

화살을 살놓이에 놓을 때에는 촉이 과녁 쪽으로 가도록 한다. 살은 살기를 띤 무기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앉는 건물 쪽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빈 활을 당길 때도 역시 사람 쪽을 향하면 안 된다. 이런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안전의식에서 나와서 예절로 정착한 것이다.

□ 활을 쏘는 시기

자기 차례가 와서 활을 들어올리기 전에 옆 사람이 활을 쏘는 중인가를 살펴야 한다. 옆 사람이 활을 쏘는 중이라면 잠시 기다렸다가 쏜다. 보통 때는 앞에 앞 사람이 거궁 할 때 미리 화살을 꺼내어 준비했다가 차례를 기다려 쏘면 되고, 대회나 편사 같은 정순 경기에서는 앞사람이 다 쏜 뒤에 화살을 뽑는다. 

이것은 자신의 군 동작으로 인해서 활 쏘는 사람의 정신 집중을 방해 할 수 있기 때문에 될수록 지켜주는 것이 바른 예의이다.

□ 몰기례

몰기를 하면 과녁에 대고 가볍게 목례한다. 옆에 있는 사람은 "축하합니다." 라고 한다.

□ 연전

화살을 주워오는 것을 연전이라고 한다. 연전은 신사들이 알아서 맡는다. 화살이 떨어진 자리를 확인해야 자세를 고치는데 활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리

대개 활터의 대청마루에는 쇼파(의자)가 있고, 거기에 사두나 어른들이 앉는다. 특히 사두는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따라서 남의 정에 간 사람은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하여 사두가 앉는 자리에는 앉지 않도록 한다. 왜냐하면 활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맨 먼저 이곳으로 인사를 하 기 때문이다. 이걸 모르고 앉았다가는 활터에서 아예 쫓겨나는 수도 있다.

□ 복장

활터에서는 옛날부터 노인들이 활을 쏘았기 때문에 격식이 암한 구석이 있다. 복장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여름이라도 반바지나 러닝셔츠를 입지 못하고 신발도 끌신 같은 것을 신지 못한다. 단정한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

□ 손님접대

손님 접대는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여 정중하게 한다. 너무 부담되게도 하지 않고 너무 소홀하게도 하지 않는다. 원래는 자기 정을 찾아온 손님한테는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손님의 사정에 따라서 서로 부담되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손님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활터에 너무 부담을 주지 않도록 처신한다.

2. 활터의 하루

이상의 예절을 바탕으로 하여 활터에 한량이 올라왔을 때부터 내려갈 때까지 이루어지는 생활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 활터에 올라오면서 먼저 와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이때 사대에서 이미 습사 중이면 조용히 들어와서 기다렸다가 습사가 끝난 뒤에 인사를 한다. 활쏘기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② 점화장에서 활을 꺼내어 식힌다. 아울러 기타 부속장비(죽시, 팔지, 깔지, 깍지…….)도 꺼낸다.
③ 활을 올려놓고서 활이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간단한 안부를 묻고 정담을 나눈다.
④ 시지에 자기 이름을 적는다. 앞서 올라온 사람들이 이미 이름을 적고서 활을 쏘기 때문에 맨 끝에 적어 넣으면 된다.
⑤ 화살 한 순(5발)을 골라서 확인하고 허리춤에 찬다.
⑥ 활을 낸다. 사대에 들어설 때는 아랫사람이 서두른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너무 지지 않도록 여유 있게 서두른다.
⑦ 비정비팔로 선다. 그리고 무겁 쪽의 바람을 살피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활 배웁니다." 하고 초시례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많이 맞추세요."하고 응수한다.
⑧ 앞 사람이 다 낸 뒤에 허리춤의 화살을 하나 뽑아서 한 발을 낸다. 살줄을 살펴보고 살 떨어진 곳이 분명히 보이지 않으면 옆 사람한테 조용히 묻는다. 살이 날아가는 것을 보려고 몸을 틀거나 목을 길게 빼거나 하는 동작은 경망스러워 보이므로 삼가야 한다.
⑨ 맞추면 겸손하게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못 맞추면 자신의 자세 어디가 잘못 됐는가. 살피고 생각한다.(반구제기-反求諸己)
⑩ 한 순을 다 냈으면 맨 끝 사람이 활쏘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물러난다. 몰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축하해준다.
⑪ 물러나서 시지에 자기 시수를 기록한다. 시지는 네모난 표를 여러 칸 그려 놓은 것인데, 한 칸에 한 순의 적중 여부를 표시 한다. 대개 한칸의 네 귀퉁이에 순서대로 숫자(1,2,3,4>가 적혀있고 복판에<5>가 적혀 있어서 순서대로 맞은 표시를 하면 된다.
                                   1   2
                                      5
                                   3   4
⑫ 화살을 주으러 무겁에 간다. 연전은 주로 신사가 맡는다. 무겁에 떨어진 화살의 상태를 확인해야 자신이 어떻게 쏘았는가? 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⑬ 주워온 화살은 살놓이에 늘어놓는다. 이때 촉이 과녁을 향하도록 한다. 살놓이에 놓인 화살 중에서 자기 것을 골라서 한쪽에 모아놓는다.
⑭ 연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화살이 오기를 기다리며 정담을 나눈다.
⑮ 쏠 때가 되면 다시 사대로 나간다.
⑯ 다 쏘았으면 그날의 시지 기록을 확인하고 그만 쏘겠다는 뜻을 알린다.
⑰ 활을 부려서 점화장에 넣고 장비를 거둔다.
⑱ 내려가기 전에 남아있는 사람들한테 정중하게 인사한다. 내려가려고 하는데 이미 습사가 시작되었으면 그 순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바쁘면 그냥 조용히 내려간다. 역시 습사를 방해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⑲ 집에 와서는 그날 활터의 일과 배운 바를 일기에 정리한다.

3. 활터의 의식

활터에는 활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의식이 있다. 이런 의식들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모두 우리 겨레의 숨결이 깊이 배어있는 소중한 풍속이다.
활의 역사가 깊은 만큼 활쏘기의 풍속은 놀라우리만큼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중한 몇 가지만 알아본다.

1) 집궁례(執弓禮)

집궁례는 활을 처음 배울 때 갖추는 예절로 신입사(新入射)라고 한다. 내가 활을 쏘기 전부터 이미 다른 사람이 활을 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예절을 지켜야 한다.

옛날에는 선비들이 대부분 활을 쏘았기 때문에 자식이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활쏘기를 가르쳤다. 대개 활을 당길 만한 나이인 10대 중반이 되면 아버지가 활터에서 여러 사원을 불러 주안상을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자식의 활쏘기 입문을 부탁한다. 그러면 사두는 그 청을 받아들여서 입사를 허락 한다.

그러나 활쏘기가 스포츠로 정착한 요즘은 이런 엄격한 규율이 시행되는 곳은 거의 없고 한두 명의 추천을 받아서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사원으로 받아들인다.

2) 관중례(貫中禮 1중례, 3중례, 5중례)

관중례는 처음 활을 배우면서 과녁을 맞힐 때 그것을 기념하여 조촐한 잔치를 벌이고 활쏘기를 가르쳐준 사범에 대해 고맙다는 성의를 표하는 것이다. 

사법을 배우고 사대에 서서 처음으로 첫발을 맞추면 그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1중례 하고 한다. 자신이 쏜 화살이 처음 과녁에 가서 맞을 때 나는 소리는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것을 들을 때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그러한 의미를 기념하려고 생긴 것이 1중례 이다.

1중을 한 한량은 자신을 가르쳐준 사범에게 말을 하여 사두의 허락을 받고 술과 안주를 조금 마련하여 그 동안 활을 배우도록 도와준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표한다. 사두는 이때 2중례 제례하여 주라고 지시한다. 2중례도 원래는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생략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3중을 하면 3중례를 하는데 요령은 1중례와 똑같다. 역시 4중례는 생략한다.
첫 몰기를 하면 5중례를 한다. 5중의 뜻은 아주 크다. 3중이나 4중과는 달리 다삿 발을 처음 다 맞추려면 기본 궁체가 잡혀있어야 한다. 기본 궁체가 잡혔다는 것은 이렇게 쏘면 되겠다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5중례를 통과하면 활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다. 진짜 한량이 되는 첫걸음인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접장이라는 칭호를 주어서 격려한다. 그런 만큼 앞의 1중례나 3중례보다 잔치의 규모도 더 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두는 앞으로 사범과 구사를 잘 섬기고 활터생활을 잘 하라고 덕담을 해준다. 이때 5중례를 하는 사람은 자신을 가르쳐준 사범에게 예를 표하고 특별히 선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도 몰기를 기념하여 작은 선물을 해준다. 요즘은 몰기한 사람이 사무실에 간단한 집기를 마련해주고 활터에서는 몰기한 사람에게 금뺏지 같은 것을 해주는 방식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3) 집궁회갑

집궁회갑은 활을 쏘기 시작한 지 갑년(60년)이 되는 해에 이를 기념하는 것을 말 한다. 이는 웬만큼 연륜이 깊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활터 이외의 곳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풍속이다. 

또 옛날에는 회갑까지 살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집궁회갑은 여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집궁 회갑은 그 한 사람만의 경사가 아니고 그 활터의 경사다. 그렇기 때문에 활터 주관으로 그 자손들과 협의하여 잔치를 마련한다.

4) 납궁례(納弓禮)

활을 평생토록 쏘다가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쏘지 못 할 상황이 오면 납궁례를 한다. 납궁은 말 그대로 활을 반납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집궁한 활터에 자신이 쓰던 궁시를 반납하고 평생 관여해온 활터의 일을 정리하는 것이니, 쉽게 생각하면 은퇴식이다. 

이 납궁례 역시 우리나라를 뺀다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풍속이다. 무술과 관련된 풍속과 절차가 잘 발달한 일본이나 중국에서 조차도 이 납궁례와 비슷한 은퇴식은 없다. 다만, 금분세수라고 해서 무협소설에나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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