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손 고정해 놓고 당기기 익히는 중

지난 6월부터 활쏘기 자세를 완전히 바꾸었다. 줌손을 완전히 고정해 놓고 당기는 방식으로 활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신사때부터 시도하고 싶었던 자세이지만, 당시에는 궁력이 약해 도저히 활을 당길 수 없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물동이 이듯' 높은 거궁 자세로 활을 냈다.

높은 거궁 자세는 등힘을 걸고 활을 쏘기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궁 시 움직임이 커 어쩔 수 없이 편차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2년 전쯤 줌손을 고정하고 당기는 방식을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결국 주먹 하나 정도 들어 올리고 다시 낮추면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쏘았다. 즉, 높이 거궁하는 자세에서 낮게 거궁하는 자세로 바꾼 셈이다.

이렇게 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으나, 최근 도민체전을 치르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이 정도의 움직임도 결국 오차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줌손을 완전히 고정하고 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줌손을 고정하고 당길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최근 천천히 당기기 연습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궁력이 상당히 늘어 손쉽게 활을 당길 수 있었다. 집궁하고 5년 만에 비로소 이 쏘임에 도달한 것이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깜짝 놀랄 만큼 활이 잘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쏘임을 익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잘 맞는다는 느낌도 잠시, 곧 뭔가 틀어지고 활이 맞지 않으며 이상하게 되기 시작했다.

아래는 새로운 쏘임을 익혀가며 헤매고 있는 과정들을 각 날짜별로 정리한 메모이다.

  • 5월 26일: 죽머리가 너무 앞으로 쭉 나가는 것 같다. 견갑골에 힘이 걸리지 않는다.
  • 5월 27일: 뒤로 빠지는 살들이 많아졌다.
  • 5월 29일: 줌 팔을 다 펴지 않고 쏘는 경우가 있었다.
  • 6월 5일: 넘는 살들이 간혹 나왔다. 윗장을 조금 더 눌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6월 7일: 만작에서 굳히고 발시해야 한다. 당긴 다음 바로 쏘는 습관이 들면 안 된다.
  • 6월 9일: 쌍분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만작에서 앞손과 뒷손이 균형을 안정적으로 이루지 못한다.
  • 6월 13일: 깍지손 검지 손가락 옆에 굳은살 덩어리가 커졌다. 최근 습사량을 늘려서 그런 것 같다.
  • 6월 16일: 천천히 당기는 것은 체력 소모가 크다. 조금 더 신속하게 당기는 것을 연습해 볼 예정이다.
  • 6월 18일: 깍지가 만작 자세에서 몸에 최대한 붙어야 한다.
  • 6월 19일: 깍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깍지를 뒤로 채려고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톡 떼는 것을 연습해 봐야겠다.
  • 6월 21일: 개궁하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한 모양이다. 다시 조금 속도를 늦추자. 이 정도 신속하게 활을 내기에는 몸에 익지 않았다.
  • 6월 23일: 웃장을 힘으로 내려 누르는 것이 아니라 반바닥으로 지그시 밀어야 한다.
  • 6월 25일: 굳히고 겨눌 때 보면 살대가 과녁을 향해 직선으로 정렬이 되지 않는 것 같다.
  • 6월 29일: 깍지 손은 화살대와 연결되어 편평하게 당기는듯한 느낌이어야 한다.

아직도 쏘임이 여전히 자리 잡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는 중이다. 뭔가 조금 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도 있지만, 다음 날이 되면 어느새 리셋되어 엉망진창으로 활을 쏘고 있다. 이런 날들이 계속 반복이다. 이 과정을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적잖이 괴롭다. 어쩌면 내 욕심이 너무 커서 괴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도 그러하듯 차분히 하나씩 습사하고 고쳐나가다 보면 결국은 잘 맞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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