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시흥시장기 전국남여궁도대회 단체전 참가후기

제17회 시흥시장기 전국남여궁도대회에 단체전 팀에 출전하게 되었다. 10시 부터 강한 비바람이 올 걸로 예보가 되어 있어 가능한 일찍 가서 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이셨는지 많은 참가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작대를 하고, 워밍업 후 바로 예선 1순을 쏘러 들어갔다. 전날 도착한 새 화살을 가지고 대회에 참가하였다. 갑자기 대회에서 활이나 화살을 바꾸는 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전날 활을 내보니 느낌이 아주 좋아서 새 화살을 챙겨 갔다. 혹시 몰라서 예전 화살도 한 순 챙겼다.

초시를 쏘니 가운데로 잘 가는 듯 하였는데 살짝 넘어갔다. 2시와 3시는 뒤로 빠졌다고 확신하였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관중하였다. 생각보다 과녁이 가까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머지 화살도 과녁의 상단에 맞으며 4중으로 마무리 했다. 풍기를 보니 바람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과녁이 가까이 있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운으로 맞은 2 발 중 하나만 빠졌어도 본선 탈락이었다. 아무튼 운이 따랐다.

점심을 먹고 휴식 후 대회장으로 돌아왔다. 예선 10위 성적으로 본선 진출. 16강 시작 전에 맞춰 다시 몸을 좀 풀었다. 국궁은 중간에 끊어졌다 다시 하는 부분이 있어서 쉽지 않다. 흐름이 한번 끊기기 때문에 이 때 컨디션이 바뀔 수 있다. 게다가 날씨도 바뀌어서 예보받은 대로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16강 시작. 상대는 원주 학봉정. 16강에 올라온 어느 팀도 만만한 팀은 없다. 그 중에서도 전국대회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정은 전통적인 강호다. 학봉정이 그런 팀이다. 16강에 학봉정은 2팀이나 올라왔다. 1시를 너무 성의없이 쐈다. 뒤로 빠졌다. 2시는 관중하였으나 3시가 위로 넘어가 버린다. 비바람이 불면서 오늬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젖은 풍기가 날릴 정도니 바람을 고려해야 한다. 4시 관중. 5시는 다시 뒤가 나고 만다. 그나마 관중한 화살도 뒤쪽으로 몰려있다. 8강 진출.

8강은 안산 광덕정. 이번엔 예전 화살을 차고 나갔다. 측정을 한 건 아니고, 손대중으로 잡아본 거지만 예전 화살이 스파인이 더 강하다고 느꼈다. 스파인이 강하면 앞으로 가는 경향이 생길 것이고, 지금 뒤로 몰리는 걸 어느 정도 보정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회에서는 "익숙함" 이 필요 했다.

8강 시작. 평소보다 표를 낮춰서 흑관 1/3 높이를 보고 활을 냈다. 깨끗한 소리와 함께 관중. 느낌이 좋다. 익숙함으로 돌아온 탓에 마음도 진정이 됐다. 긴장이 되지 않아 편안하게 쏠 수 있었다. 5중. 대대거리는 5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지막에 겨우 승리하여 4강 진출. 지치기 시작했다.

4강 시작. 상대는 남양주 무림정. 앞 순 처럼 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몰고 나면 방심하게 되나 보다. 3시와 4시가 가운데로 넘어가 버리며 3중. 마음이 방심하면 줌손으로 윗장을 든든히 못 밀게 되고, 이런 경우 화살이 그냥 붕 떠버리는 현상이 생긴다. 게다가 대대거리는 동점으로 비교전을 실시해야하는 상황.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비교까지 쏴야해서 사대에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어 보려 했으나, 심판 제지를 받고 일어나서 대기. 활은 지치고 힘든 상태에서도 흐트러짐 없도록 하는 운동이다.

4강 비교전 시작. 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하지만 생각보다 줌팔의 힘이 다 빠져서 활 윗장을 눌러서 쏘는 건 안될 듯 싶었다. 그냥 편안하게 당겨 들어오는 정도에서 굳힌 다음 발시했다. 자정에서 이렇게 쏘면 짧게 코박는 살들이 간혹 나오는데, 오늘처럼 오늬바람이 강한 날은 오히려 괜찮을 듯 싶었다. 그럼에도 3시는 넘어가고 4중으로 마무리. 비교전 승리로 드디어 결승 진출.

활쏘기 단체전 본선은 중간에 쉬는 게 없다. 고전이 화살을 주워서 살날이로 부쳐주면, 자기 화살을 챙긴 다음 바로 경기가 시작된다. 쉴 새 없이 쏴야 해서 결승전을 치룰 때엔 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평소 습사를 할 때 이런 상황에 대비한 훈련은 따로 하지 않았기에 그냥 체력을 소진해가면서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대응하고 있었다.

결승 상대는 동두천 동호정. 2시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쏴버리고 말았다. 줌팔이 지쳐서 다 펴기가 점점 어려웠다. 한 발이 앞 나고 3중 한 상태. 마지막 5시를 발시하기 전, 상대팀의 시부족으로 우리팀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상대팀에 각궁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남은 발수를 모두 맞춰 동점이 되더라도 각궁이 하나 있는 우리팀의 승리가 되는 규칙 때문이다.

그렇게 첫 단체전 우승을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게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과 기분 좋은 감정이 스며들면서 피로감도 사라졌다. 지난 10개정 대회 후 다음 단체전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했는데 그 보상을 받은 듯 해서 기뻤다. 더불어 오늬바람에 대한 훈련과 새로운 화살 적응 훈련이 필요하겠다는 숙제도 생겼다. 16강에서 너무 많이 놓쳤는데, 다행히 그땐 팀원분들이 빠진 걸 메꿔주셨고, 8강에서 내가 어느 정도 보탬을 했다. 단체전은 이런 맛에 쏘는 것 같다. 활쏘기 재미를 하나 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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