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작성하는 기록이라 당시 현장의 느낌이 잘 기어나지 않는다. 나는 금요일에 일산에서 근무하고 근처 모텔에서 1박을 한 다음 대회장으로 향했다.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나름 잘 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더욱 강했다. 2위로 마무리. 우승 하려면 결의가 있어야 된다는 걸 배운 하루였다.
살이 계속 앞 나는 때가 있다. 쏘임이 바뀐 것도 아니고, 활과 화살을 바꾼 것도 아닌데 그냥 앞이 났다. 표를 최대한 줌쪽으로 옮기고 쏴도 같은 자리에 떨어졌다. 개궁하여 활을 당길 때도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분명 충분히 당겼고 다른 때 같으면 몰촉을 염려해야 될 상황만큼 만작하였는데 화살이 다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뭔가가 잘못된 게 틀림 없었다. 쌍분의 기본 원리를 놓고 따진다면 줌손이 깍지손의 힘을 대등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이 나는 것이다. 그럼 점검해 봐야 하는 상황은 크게 2가지. 이긴 녀석이 너무 왜 너무 세졌는지 확인하고 진 녀석이 어떤 원인으로 약해 졌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깍지손이 세진 이유 * 뒷죽을 너무 많이 뒤로 넘긴 건 아닌가? * 깍지를 놓을 때 깍지손이 밖으로 벌어지며 놓는 건 아닌가? * 만작에서 승모근에 힘을 줬는가? 줌손이 약해진 이유 * 앞죽을 제대로 엎어 쭉 폈는가? * 줌손의 하삼지에 힘이 제대로 걸려 꽉 짜면서 잡았는가? * 발시 직전 줌팔이 견갑골과 연결되도록 승모근에 힘이 들어갔는가? 그 외 * 활을 너무 많이 기울여 쏜 건 아닌가? * 비정비팔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 과녁을 향해 이마가 바로 섰는가? 나의 이번 경우 원인은 앞죽에 있었다. 줌팔의 힘이 세진 건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중구미를 제대로 엎지 않았고, 줌팔이 일자로 쭉 펴지지 않은 채 왔던 것이다. 발시할 때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줌팔이 미세하게 딸려 들어왔을 걸로 생각된다. 중구미를 엎을 땐 죽머리까지 같이 돌려야 한다. 그래야 턱을 죽머리에 묻는 듯 죽머리가 돌아가게 되고 이때 줌팔을 보면 견고한 일자가 되어 거기에서 받는 힘은 견갑골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구미에 신경을 써서 제대로 엎어 펴고 쏘니, 같은 표를 보고도 정곡으로 날라가는 살이 있었다. 이번 겨울 동안 완성한 쏘임은 모두 유의미한 것으로 섣불리 바꾸지 말고, 뭔가가 잘 안되면 틀어진 부분을 찾아 점검하는 식으로 습사를 해야겠다. ---- 한가지 앞 나는 이유가 더 있었다. 만작 상태...
활을 배우면 꼭 마주하게 되는 궁수의 역설을 이해해보자. 영문으로 archer's paradox 라고 한다. 역설이라 불리는 이유는 화살이 활의 가운데를 지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많이들 화살이 요동치며 나아가는 현상을 두고 패러독스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먼저 역설이 왜 발생하는지 부터 알아보자. 활의 현을 당겼다 놓으면 현은 활체의 가운데를 향해 나아간다. 한편 활체에 장난감 활 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게 아니니, 화살은 활체의 가운데를 통과하지 못하고 옆으로 지나가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역설이 생기는 지점이다. 아래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이해해 보자. 활과 화살을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다 봤다고 할때, 만약 우리 활이 장난감 활 처럼 활 몸체에 화살이 지나가는 구멍이 있다면 위와 같을 것이다. 이 경우 오른쪽 그림처럼 시위를 놓아 발시하더라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문제는 국궁과 같은 활의 경우 위 그림 처럼 되기 때문에 역설이 발생한다. 즉 가운데를 지나지 못하는 화살이 가운데선에 있는 과녁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가운데를 지나지 못하는데 가운데를 맞춘다? 이것이 바로 궁수의 역설이다. 즉 다시 말해 궁수의 역설은 화살을 활의 몸체 중앙에 걸지 못하는 활쏘기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컴파운드 보우나 리커브보우처럼 활체의 가운데를 통과하도록 만들어진 활에서는 역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 국궁에서 화살을 쏠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살이 몸체를 우회 한 다음 과녁을 날아가게 된다. 화살이 마치 장애물을 돌아가는 뱀처럼 활체를 피해 간다는 말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현이 깍지에서 놓아지면, 화살은 순간적으로 활체에 눌리며 첫번째 그림과 같이 휜다. 곧이어 탄성에 의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이 발생하고, 곧 반대쪽으로 다시 휜다. 중간 그림이다. 마지막으로 화살이 굳이치며 활체를 돌아 나간 다음 과녁을 향해 물고기가 꼬리치듯 흔들거리며 비행을 한다. 이 비행 과정에서...
집궁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활을 내면서 줌손이 무척 신경 쓰였다. 뭘 어떻게 해도 불편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그 짧은 기간동안 줌손을 바꿔댄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막줌에서 시작해서 흘려잡지 못한 흘려잡기로 활터에 도착하여 처음 배운 건 흔히 말하는 막줌이었다. 그냥 단단히 쥐는 것이었다. 이때는 빈활내기를 하며 궁력을 기르던 때라 줌손이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줌손 쥐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도 모를 때 였다. 그리고 주살질을 하며 화살을 발시해 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활쏘기가 재밌어 졌다. 출근 전 활터에 들러 매일 주살질을 했다. 그러다 흘려잡기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얻어 듣게 된다. 흘려잡기 라는게 정확히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 진 모르겠지만 일단 좋아 보이니까 습득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설프게 쥔 흘려잡기 줌손으로 주살질을 열심히 했다. 손목이 아프다 얼마후 활을 당길 때 줌손 손목에 작은 통증이 생겼다. 금새 없어 지려나 했지만, 매일 활을 당겨서 그런지 통증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집궁례를 하고 사대에 서게 되었다. 통증을 무시하고 활을 내었다. 줌손으로 강하게 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힘을 주고 짜서 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통증은 더 심해 졌다. 거궁 후 만작시 통증 때문에 자세가 꼬였다. 통증의 원인은 발시할 때 활체의 충격을 손목부터해서 흡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흘려잡기 자세 때문에 팔목쪽에 충격이 쌓여 생긴 것이었다. 팔목을 굽히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다시 원래의 막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흘려잡아 볼까? 조금만 막줌에 다시 적응하려던 때, 코로나로 인해 활터가 폐쇄되었고 2주 정도 휴식 기간을 가졌다. 팔목통증은 순식간에 나았다. 자세의 문제도 문제지만, 휴식을 통해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줬어야 했었다. 어쨋든 나는 막줌으로 다시 계속 쏘고 있었다. 막줌 또한 잘 쥐면 아무 문제 없으나, 내가 쥐던 막줌의 단점은 반바닥으로 밀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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