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영주 충무정 사두대항전 단체전 참가 후기

처음부터 징조가 좋지 않았다 지난주 일요일 여주 오갑정 단체전 출전 후 곧이어 토요일 단체전을 뛰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이사님의 간곡한 부탁에 출전을 하기로 하였다. 사두를 꼭 1명 끼고 쏴야 되는 거라 우리 사두님 시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꺼라 생각한 것도 한 몫 했다.

다만 지난 단체전 출전 후 왼쪽 등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통증을 잡아 보려 월요일은 습사를 하지 않았고, 다른 날들도 4순 이상 쏘지 않았다. 문제는 쏘임이 무너지고 있는 와중이라 열심히 체크를 했어야 되는데, 습사량이 부족하니 쏘임 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을 안고서 출발하는 날, 정에서 한 순 습사를 했는데 다섯 발 불안이 담겨 있었다. 그 중 초시는 뒤나며 빠졌고 다른 4발도 뺨을 치거나 팔뚝을 치며 나갔다. 어쨋든 4중. 대충 이렇게만 오늘 하루 버텨보자는 심정이었다.

2시간 15분 정도를 걸려 영주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 들려 아침을 먹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예선을 치르고 나서 점심을 든든하게 다시 먹을 기회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가볍게 우동 한 그릇을 먹었다. 그러나 이게 그 날의 마지막 끼니였으며, 이로 인한 허기짐이 가장 큰 패착이 될 줄은 몰랐다. 단체전 참가팀이 42팀 뿐이라 작대가 11대까지만 나오는데 일반적인 전국대회 스케줄로 헷갈렸던 것이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작대를 넣었을 땐 10대였고 조금 쉰 뒤, 바로 출전이었다. 출전 대기 휴식 시간 때 음식을 먹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그 생각을 못했다. 이것 역시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다.

예선전 출전이다. 1시를 쐈는데 약간 뒤쪽으로 쏠렸지만 가운데 쯤에 관중한다. 2시는 당겼는데 줌손이 안쪽으로 많이 돌아갔다. 그래도 발시. 왼쪽 아래쪽에 겨우 관중. 줌손이 안쪽으로 미끄러져 버리는 것 같아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3시 발시. 앞이 나고 만다. 줌 손 돌아가는 것 때문에 힘주는 걸 잊은 듯하다. 4시는 깨끗하게 한가운데로 잘 들어갔다. 5시는 팔뚝을 치며 발사한 듯한데, 운 좋게 관중한다. 4중으로 마무리.

팀의 성적은 예선 통과할까 말까 경계선에 걸쳐 있었다. 우리가 마쳤을 때 관악정을 17위로 밀어내고 16위 자리를 차지했다. 남은 여섯 팀 중에서 더 나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야 되는 상황이었다. 막대 쏘는 걸 긴장하며 지켜 봤다. 운좋게 16위에서 밀려나지 않아 본선 진출했다. 이렇게 꼴지로 올라가는 경우 오히려 본선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아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으나 내심 줌손이 약하게 잡히는 게 신경 쓰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때 기다리며 서성거릴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었어야 했다. 마냥 시간을 아껴쓰지 못한 채 본선이 시작 되었다. 16강 첫 상대는 예선 1위로 통과한 합천 죽죽정. 1시와 2시는 잘 맞췄으나, 3시에 뭘 잘못했는지 살짝 앞이 나고 만다. 집중을 한다고 했는데, 오늘 살이 빠지는 문제는 멘탈 문제는 아닌 듯 했다. 4시는 잘 조준하여 쐈는데 과녁 한 가운데 짧게 떨어진다. 5시를 어떻게든 맞춰보려 안간힘을 쓰며 살짝 들어 조준하였고 과녁 상단에 맞았다. 그렇게 16강 승리. 앞서 빠진 살들 반성도 하고 수분 섭취나 간식을 좀 먹으려 했으나, 패배한 팀에게 음료를 대접하고 오라는 사두님 말씀에 쉬지도 못하고 가판대에 가서 죽죽정 분들이 오시길 기다렸다. 음료 계산을 마치고 바쁘게 서둘러 시치대로 가서 살울 받아 챙겼다. 정신 없이 서두르기만 하는 사이 8강이 곧 시작 되었다. 불안감을 가득 안은 채 8강 시작.

8강 상대는 서천 서천정. 초시를 잘 쐈다고 생각했는데 짧게 떨어진다. 촉바람이 있나 싶었지만 풍기는 그냥 축 쳐져 있었다. 조금 더 당겨 쏴보자 싶었고, 2시는 관중. 3시는 만작에서 들어오는 느낌이 뭔가 잘못됐다. 이 느낌이 아닌데 싶다가 발시. 뒤가 난다. 4시는 꼭 맞추겠다는 생각을 쐈으나 역시 짧게 떨어진다. 1중. 다행이 우리 팀이 잘 쏴주어 8강 상대를 꺾고 4강에 진출 성공. 그러나 나는 지금 하락세 중이라 4강에서 잘 낼 자신이 없어졌다. 빨리 나가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겠다 싶었다. 그런데 사두님이 이번에도 패배한 서천정에게 음료를 대접하라고 한다. 이번 만큼은 정말 접대까지 하고 오면 안되겠다 싶어 참다가 결국 옆에서 구경하시던 사두님 아내분이신 여무사님께 부탁드리시라 말씀드렸다. 선수가 이거까지 하고 있어야 된다는 게 한편 이해가지 않는다. 활쏘기 대회 중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된다. 지난번에도 이 스타일이 싫어서 사두님과는 같은 팀에 들어가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사두 대항전이라 어쩔 수 없었다.

싫은 소리를 해야만 했던 상황에 1중 밖에 못한 상태다. 허기지고 배고픔까지 더해져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갔다. 그렇게 뭔가 잘못될 조짐을 한 가득 안고 들어선 4강. 이번에만 이기면 결승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4강이 항상 힘들다. 결승이나 3,4위 전은 마지막 순이라는 생각에 집중력이 높아지는데 반해 4강을 치를 때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

1시 관중. 2시 짧게 떨어진다. 상대방은 빠지지 않고 잘 맞춘다. 대회장이 본정인 영주 충무정 팀이다. 꼭 맞춰야 된다는 생각으로 3시를 쐈다. 맞지 않았는데, 어디에 떨어졌는지 기록에도 없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이때 쯤 멘붕이 온 것 같다. 4시는 겨우 관중. 5시를 꼭 맞추면 역전 할 수 있다. 5시를 당겨 만작에 이르렀다. 표를 정확히 보려고 조금 붙들고 있었는데, 줌팔에 힘이 빠지며서 살이 의도치 않게 나가고 만다. 화살은 옆 관으로 날아가 3관 근처에 떨어진다. 차라리 이때 내려서 쉬었다가 다시 들고 쏘았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 봐도 이 순간이 너무 후회된다. 그렇게 2중으로 끝. 팀은 패배하고 3, 4위 전 돌입한다.

앞 순의 마지막 5시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냥 이 상태로 자괴감에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 생중계를 보니 5시를 쏘고,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3,4 위전은 인천 연수정과 붙었다는데, 사실 이때 이미 멘탈이 완전히 나간 상태라 경기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기록을 보니 4시를 앞으로 빼고, 4중은 한 것 같다. 그런데 전혀 기억이 없다. 그렇게 4,3,1,2,4 라는 처참한 성적을 내었고, 단체전은 3위로 마무리했다.

대회가 끝난 후 그날의 망가진 쏘임과 버티지 못하고 놓쳐버린 화살 한 발 생각에 괴로웠다. 4강에서 그 한 발만 더 맞췄더라면 팀이 결승으로 올라갈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밀려오는 배고픔에 짜증까지 더해져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던 것 같다. 평상시에도 배고픈 걸 잘 참지 못하는데, 이 날은 특히 더 그랬다. 한 참 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야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이 날의 패인을 개인적으로 반추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대회 진행 스케줄을 미리 예측하여, 휴식과 영양 보충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2. 대회에 집중하고 그와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해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3. 휴식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지 못했다.
  4. 살이 계속 뒤로 쏠리는 현상이 진작부터 있었는데, 시간을 들여 이 문제를 잡지 못했다.
  5. 대회 출전이 내키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설득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했다.

집에 와서 일찍 잠을 자고 나서도 분이 안 풀려 다음날 그만 가족들에게도 짜증을 내고 말았다. 나 자신을 향해야 하는 화살을 남들에게 돌리고 만 것이다. 후회된다. 이번 건을 잘 돌이켜 반성해서 두 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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