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나던 원인을 찾았다
분명 이상한 징후는 있었다. 화살이 늘 과녁의 뒷편에만 맞았다. 그러면서 뒤나는 살들이 하나씩 나오고, 이걸 억지로 힘을 주어 바로 잡으려다 보니 다시 앞으로 빠지기도 하며 시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대회가 다가 오고 있어 조바심이 생길 것만 같아 어제는 제대로 점검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예전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는 화살이 모두 앞이 나고 있었다. 결국 쌍분의 원리일테니 이번엔 앞나는 원인들을 찾아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나 살펴보면 어떨까 싶었다.
가장 의심이 갔던 사항은 줌팔을 너무 앞으로 내밀진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정에 올라 습사를 시작할때 첫 순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3발이 뒤가 나고, 한 발은 가운데로 갔으나 짧았고, 한 발은 과녁 뒷편으로 관중했다.
줌팔과 죽머리에 신경을 쓰면서 쐈는데도 그러하니 조금 충격이었다. 언제 이 만큼 쏘임이 틀어졌을까? 일단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 풀어야 했다. 줌팔은 원인이 아닌 게 맞으나, 뒤로 가는 살과 그렇지 않은 살을 당겼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혹시 몰촉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특히 활을 당겨 낼 때 옆 사람이 "어어 몰촉한다" 이런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마음 속에 두려움이 생긴다. 무의식에 인셉션되어서 알게 모르게 쏘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타정습사에서 그 정 사범님이 우스개 삼아 지나가는 말씀으로 몰촉 언급을 하셨는데, 그게 내 마음 속에 나도 모르게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몰촉을 두려워 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깍지를 충분히 당겼다. 그랬더니 만작에서 얼굴에 닿는 앵커포인트가 얼굴 앞 쪽에서 턱 아래 안쪽으로 조금 이동 하였다. 표를 보니 살대는 곧게 과녁을 향하고 있다. 발시하니 가운데로 잘 나간다. 오 한번에 고친 건가 싶었지만, 쏘임이 무너질 땐 여러개의 복합적인 문제가 이미 얽히고 나서다. 몇 발은 가운데로 깨끗히 날라가지만 여전히 몇 발은 뒤로 간다.
다음 문제는 어떤 것일까? 화살이 뒤로 간다는 건 애초에 그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엔 표를 앞쪽으로 옮겨도 화살은 뒤로 간다. 또는 발시할 때 왜인진 알 수없으나, 줌손을 과녁의 뒷편으로 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왜 뒤로 가는 경우에 화살이 만작에서 걸린 느낌이 뭔가 다를까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애초에 화살이 편향되게 걸린 것 부터가 문제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이렇게 뒤나던 원인을 찾아 고쳤다. 이제 이 자세로 애써서 반복하여 몸이 익숙해 지도록 만들어야 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바뀌어 버리는 걸 어떻게 하면 빨리 찾아내어 고칠 수 있을까? 고치는 거야 그 뒷일일테고, 어떻게 바뀌는 걸 알아챌까? 미묘한 느낌에서 실마리를 잡아내어야 되는데, 그러자면 매시 한발 한발이 그 실마리를 테스트 하는 과정이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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